현대·기아차 엔저 타격 현실화…토요타·닛산은 훨훨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 취임 후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기조 여파로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에 밀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가 주요 해외 시장에서 3년째 정체의 늪으로 빠쪄들고 있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점유율은 3년 연속 하향세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2012년 미국에서 8.7%의 점유율을 기록한 뒤 2013년 8%, 2014년 7.9%로 계속 떨어지다가 올해 1분기에도 7.9%에 머물렀다. 

정의선(가운데)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렉서스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엔저로 해외 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반면 혼다를 제외한 토요타와 닛산은 꾸준한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토요타는 2012년 14.4%의 점유율에서 2013년 14.3%로 다소 주춤했지만 2014년 14.4%의 점유율을 회복했고 올해 1분기 14.6%로 상승했다.

닛산의 점유율 상승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닛산은 2012년 7.8%, 2013년 8%, 2014년 8.4%로 꾸준히 오르다 올해 1분기 들어 9.3%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2012년만 해도 닛산은 현대ㆍ기아차에 뒤쳐졌지만 2013년 같은 수준에 오르더니 지난해부터 현대ㆍ기아차에 역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ㆍ기아차와 반대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데에는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뒤 유지된 엔저 영향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가치가 떨어져 일본 자동차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가격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결제통화기준 수출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는 2012년 말 100.7에서 2013년 99.1,지난해 말 96.1로 낮아졌다가 올해 1월 95까지 하락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닛산은 2013년 미국에서 판매 중인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10.7%까지 인하한 바 있다. 닛산의 미국 판매량 중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모델들이었다. 당시 가격 인하 폭은 580~4400달러에 달했다.

토요타는 지난해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토요타는 엔저와 북미지역 판매 호조를 결정적 요인으로꼽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현대ㆍ기아차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점유율이 2012년 6.2%, 2013년 6.2%, 2014년 6%, 올해 1분기 5.9%로 떨어지는 사이 토요타는 2012~2014년 4.3%, 4.4%, 4.3%에 머물다 올 1분기 4.6%로 반등했다.

닛산은 유럽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2, 2013년 3.4%를 유지하다 2014년 3.7%로 오른 뒤 올 1분기 4.5%로 뛰어 올랐다.

현대ㆍ기아차는 이 같은 엔저 직격탄에 맞서 ‘제값 받기’를 유지하면서도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 재고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신형 투싼이 이달 북미 시장에 투입되는 것을 시작으로 7월과 10월 유럽과 중국 등지에 출시될 예정이고, 하반기에 내놓을 아반떼와 신형 K5 등도 대기 중이어서 신차 효과로 점유율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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