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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좀 오랜만인가요? 2년 3개월 사이 영화 두 편, 드라마 네 편 정도의 대본이 들어왔죠. 마음을 흔드는 작품은 없었어요. 한결같이 카리스마를 요구하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배역이었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작품을 찾던 차에 하고 싶었던 역할을 만났죠. 대본을 보다 킥킥거리며 웃었고, 그러다 이내 울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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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
20대 한류스타들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트렌디드라마가 쏟아지던 때에 최근 종영한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정인영)은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시청률 1위를 지켰다. 드라마에서 채시라는 고교시절 교사로부터 받은 학대와 오해로 퇴학을 당한 상처를 안고 산 김현숙을 연기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다 과외교사인 대학생과 눈이 맞아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가는 사고뭉치였다. 아이들에게선 “엄마 머리는 언제 펴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뽀글거리는 머리를 한 채, 눈물범벅이 된 화장을 고치지도 않고 브라운관을 훨훨 날았다. 조직폭력배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은 시트콤이 따로 없었다. 공백기가 무색했다. 너나없이 ‘명불허전’이라고 했고, “시댁에선 네 본모습이 뭐냐”며 “헷갈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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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저와는 너무 다르죠. 열여섯 살에 데뷔를 했지만, 학교수업은 성실하게 했던 얌전한 학생이었어요. 선생님도 예뻐했고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서서 잘난 척을 하지 않았기에 평온하고 좋은 추억이 대부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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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채시라가 연기한 김현숙은 “인생의 소용돌이에서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억울함이 많아 자기 안에 오래 갇혀있었고,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바로 섰다. 채시라는 팔딱팔딱 “살아있어 정이 가고 현실의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아 애착이 가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인간적인 면이 두드러진 캐릭터였기에 남편 김태우가 노상 강조하던 자신 안의 허당기를 녹였고, 1994년 만났던 ‘서울의 달’ 영숙이를 연기하던 감정도 다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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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졌던 한 인물의 드라마를 만나자 채시라 역시 지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현숙이가 퇴학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탄원서를 들고 모교를 찾아간 장면이었어요. 회상신에서 70년대의 여고생과 2015년의 여고생이 교차하는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떠올라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쉬움, 추억, 그리움이었죠. 우리 주변의 많은 현숙이가 그 추억에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현숙이의 성장을 통해 제 안에도 용서, 화해, 배려하는 마음을 새겼죠.”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였고, 한 남자의 아내로 시대를 대변했던 채시라는 이제 다시 두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다. “당분간은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지내야죠. 둘째 아이의 공개수업도 있고요. 일단 집 청소도 좀 하려고요. (웃음)”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