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동병상련의 새벽
새벽 4시가 다 돼 한국에 있는 초등학교 여자동창에게서 카톡 음성 통화가 걸려왔다. 약간 술 취한 목소리로 멀리 미국에 있는 나에게 하소연 한단다. 자기 생일이 되어 아들 딸이 살고 있는 제주도에 와 있다고 했다. 재미있게 식구끼리 밥이나 먹자고 초청해서 …
새벽 4시가 다 돼 한국에 있는 초등학교 여자동창에게서 카톡 음성 통화가 걸려왔다. 약간 술 취한 목소리로 멀리 미국에 있는 나에게 하소연 한단다. 자기 생일이 되어 아들 딸이 살고 있는 제주도에 와 있다고 했다. 재미있게 식구끼리 밥이나 먹자고 초청해서 …
10월로 가는 가을. 뒤돌아보면 활기차고 너무나 빛난 계절이었는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 탓에 단풍으로 빛나지 못한 낙엽은 지울 것은 지우듯 떨어져 많은 사연들이 그져 덧없이 묻혀지는가 싶다. 뒷마당 감나무를 보고 있노라니 마치 사람의 인생처럼 …
라카냐다에 뒷마당이 넓은 정원집 한곳에서 화장실 리모델링 작업을 한다 . 정오의 시간은 또박또박 찾아와 도시락을 먹으면서 신문을 펼쳤다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이렇게 어수선한 지 밥맛이 떨어질까 신문을 덮으려다 원로시인 전달문 선생이 79세로 별세 …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돌아와 부엌에서부터 불은 죄다켜고 늦잠 자다가 개켜놓지 않은 이부자리, 벗어놓고 급히 나간 허물같은 옷가지랑 며칠째 던져진 신문은 무슨 말과 글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밥통에 있는 밥은 말라붙어 있고 …
가수 나훈아가 ‘꽃은 한마리 나비를 위해 꽃을 피우지 않는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꽃도 꽃이지만 벌과 나비도 한 꽃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랑에 빠져 내 마음도 나비가 되고 꽃잎에 붙어 꿀에 침을 꽂은 채 편안히 잠들고 싶은 평안과 조화, 꽃도 나비의 …
동서해안 지역과 제주를 거치는 10일 코스짜리 모국방문 관광길에 올랐다. 여수에 당도해 수정동 오동도를 보고 붉게 피어난 동백꽃 숲 가득한 동백섬을 지나 등대 전망대로 올라갔다. 용굴 산책로에 이어진 시가 적힌 팻말을 쭉 읽어가며 쉬엄쉬엄 올라간 …
나의 출생지는 여인의 자궁처럼 우묵하게 생긴 시커먼 동해시 묵호항구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풍어기를 휘날리며 드나드는 선창가에 몸빼를 입고 앉아 쉴사이 없이 손놀림으로 타지역에서 흘러들어온 사연 많은 이방인. 삶의 칼날을 쥐고 생선의 배를 가르며 …
하루 일을 마친 뒤 소라게처럼 내방에 불을 켠다. 밥통에 말라붙은 밥알처럼 씹기 힘든 하루일도 겨우 마쳤구나. 김치찌개 냄비에 정신없이 손놀림을 한다. 침대에 누워 두다리를 쭉 뻗어본다. 그래도 내가오면 불을 환하게 켜는 집. 불안한 싱글아파트. 외롭다 …
모든 인생은 끝나갈 수록 처음을 생각한다고 한다. 내일 일은 모른다. 인생은 한번 뿐이니 삶을 최대한 즐기자는 오만한 마음에 기회만 오면 마다할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6월에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공연하는 가수 셀린 디옹의 공연을 거금을 …
나의 고객은 80%가 여성이다. 욕조 테두리 곰팡이를 긁어내며 이런 건 남편분이 샤워를 끝내고 한번 쓱 닦아주면 되는데, 액자 벽걸이는 아무나 쉽게 못 박고 걸 수도 있는데,안되나요? 엑스트라 서비스를 해주며 묻는다. “우리 그이는 벽에 못 하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