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한가을, 방앗간집 딸의 恨서린 정통트로트!

“트로트가수. 아버지의 유언이셨어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운영하신 방앗간에서 듣던 노래가 이젠 제 꿈이 됐네요. 저한테는 트로트 장르가 가장 자연스러워요.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대신해 방앗간 일을 도맡아하면서 듣던 노래에요. 아이돌, 대중가요는 제 관심 밖입니다. 정통트로트로 무대에 설래요.”


신인 트로트가수 한가을이 16일 첫 번째 싱글 ‘어쩜 좋아’로 데뷔, 차세대 트로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차례 아픔을 겪은 한가을은 이른바 ‘한(恨)이 서린 목소리’를 가졌다는 게 소속사 측의 설명이다. 그만큼 트로트에 그 한을 쏟아 부어 정통트로트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한가을의 외모는 174cm의 큰 키와 49kg의 몸무게로 모델 못지않은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남다른 미모와 밝은 이미지로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요건도 충분하다. ‘정통’이라는 말보다 오히려 ‘아이돌’이 어울릴 것 같은 비주얼이다.

그래서인지 데뷔곡은 세미트로트 ‘어쩜 좋아’로 택했다. 이 곡은 밝고 쾌활하며 상쾌한 느낌이 나는 곡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중독성이 강한 곡이다. 이제 갓 데뷔한 한가을은 환한 미소로 데뷔 소감을 전했다.

“아직 얼떨떨해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 무대에 서니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그 선물을 풀어서 많은 사람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해요. 첫 곡이라 밝고 경쾌한 모습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정통트로트를 내세우는 한가을의 이번 콘셉트는 의외로 대중친화적인 면이 강하다. 마치 본인의 이름만큼 편안하고 정감 있다. 특별히 ‘한가을’이라는 이름을 택한 계기를 물었다.

“가을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신 계절이고, 또 마지만 인사를 나눈 계절이에요. 아버지의 꿈이 트로트 가수셨는데 그 의미를 담고자 했어요. 또 가을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뒤 생각해보니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잖아요. 제 노래와 가수생활이 풍요롭길 기원하는 의미도 있고, 감성적인 계절이라 감성으로 노래하려고 해요.”


한가을이 처음부터 스스로 트로트가수의 꿈을 꾼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제가 4살부터 트로트를 불렀다고 해요. 좋아하는 가수는 주현미, 남진, 나훈아 선생님이었고, 동요는 안 불렀다고 해요.(웃음) 주현미의 ‘추억으로 가는 당신’, ‘신사동 그 사람’ 나훈아의 ‘불효자는 웁니다’, ‘무시로’ 등을 불렀죠.”

한가을의 고향은 강원도 강릉 주문진이다. 어촌에 있는 방앗간집 딸로 시골마을에서 자라다보니 어른들과의 친화력도 좋다. 부모님의 이름을 딴 방앗간에서 성장한 그는 2년간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며 방앗간 일도 도맡아 마을에서 ‘효녀’ 소리를 들었다. 한가을이 트로트를 들으며 일손을 도왔던 이 방앗간은 방송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제가 방앗간 일에는 빠삭해요. 가게 이름은 아버님 이름과 어머님 이름 한 글자씩 따서 ‘동남 방앗간’이라고 불렀어요. 부모님은 동시에 송편을 분당 120개를 빚으셨죠. 그래서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에도 나왔어요. 저는 부모님을 도와 열심히 포장을 했죠.(웃음)”

그런 부모님과 함께 트로트를 들으며 성장한 한가을은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버지가 원한 트로트가수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사실 지난해부터 준비하려고 했으나 아버지의 간암말기 선고로 인해 음반작업은 좌절됐다. 소속사에서는 그의 한을 품은 노래를 보고,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한가을은 첫 데뷔곡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트로트계에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왜 트로트여야만 했을까.

“다른 분들은 트로트가 옛날 분들이 듣는 노래라고 하는데 저한테는 트로트 장르가 자연스러워요. 주변에 어르신도 많았죠. 방앗간에서도 늘 접한 손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셨고요. 가게에 틀어놓는 노래도 트로트였어요. 딱히 다른 대중가요를 부르고 싶다거나 예쁘게 나오는 아이돌이 부러운 것은 없어요.”


한가을에게는 노래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트로트이며,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도 트로트다. 트로트에 모든 것을 건 한가을에게 목표는 트로트계의 굵은 획을 긋는 것이다.

“제 목표는 트로트 계에 굵은 획을 긋고 싶어요. 전통트로트 장르를 제 중심으로 이어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진정성 있게 노래를 불러야겠죠. 대중과 가까운 가수가 되고 싶어요. 많은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대변해주고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트로트를 부르겠다는 한가을. 그저 어린 시절 트로트를 즐겨 듣던 한 방앗간집 딸의 한이 서린 노래가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기를 기대해본다.
최현호 이슈팀기자 /lokkl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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