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 예지(21)가 없었다면 조금 심심할 뻔 했다. 잘 하는 래퍼는 계속 잘 하고, 조금 덜 잘하는 래퍼들은 덜 잘하는 구도는 밋밋할 수밖에 없다.
예지는 초반에는 평범한 실력밖에 보여주지 못한 채 영구탈락의 위기속에서 기사회생하며 프로그램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미친 개’라는 제목의 강렬한 가사와 랩 퍼포먼스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패자부활전을 통해 살아남았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예지의 근성과 태도, 몰입도 등은 많은 화제를 낳으며 ‘갓예지’라는 칭호를 얻게 했다.
예지가 대단했던 것은 초반 악마의 편집으로 비호감에 실력없는 이미지였지만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점.
“11명이 60분 조금 넘는 분량을 나눠가져야 한다. 한 회당 20시간 이상을 촬영하고, 재미 요소를 중시하기 때문에 방송에는 핵심만 나간다. 악마의 편집 기준은 모르지만, 나를 망쳐놨다고 생각 안한다. 내가 한 만큼을 내보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내가 봐도 밉상 같은 멘트들도 많았다. 1화에서 나도 몰랐던 내 단점을 많이 봤다.”
예지 랩의 강점은 솔직함이다. 스스로 울고 짜는 걸 별로 안좋아한단다. “미친개 그래 미친개, 미친개 맞아 미친X” 등 가사가 직설적이다. 예지는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른데, 나는 신나는 게 좋다”면서 “원래 독하고 다크한 무대를 하려고 했는데, 신나는 무대가 됐다”고 전했다.
예지는 ‘디스전’에서 특히 강하다. 그가 트루디 등을 향해 디스를 펼치면 시원하다고 했다. 어떤 래퍼는 평화주의자여서 ‘디스’를 잘 못한다고 하지만, 디스와 평화는 별 관련이 없다.
“마음은 여리지만 디스를 할 때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상대를 의식하면 주관이 없어진다. 회사에서는 세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촬영장안에 들어가면 내 마음대로 한다. 수아랑 디스전을 할 때도 살고 싶으면 서로 세게 해야 한다고 했다. 서바이벌전에서 이것저것 따지면 안된다. 어차피 미션이다. 그리고 솔직함과 막말은 다르다. 내 자신에 대해 막말을 한다. 그게 솔직함이다. 남을 비하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 돌려말하지 않고 일차원적으로 솔직함을 얘기한다. 그래서 시원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강원도 강릉 태생인 예지는 중학교때부터 강원래가 차린 음악학원에서 춤을 췄다. 댄스를 추다가 욕심이 생겨 노래와 랩을 했다.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쳐 19살 고3때인 2012년 걸그룹 피에스타로 데뷔해 벌써 4년차다. 처음에는 랩도 잘 못했지만 “세상에 노력 해서 안느는 건 없다”고 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 만난 참가자들과 잠 못 자고 고생하다 보니 끈끈한 동지애가 생겼다. 성대결절도 걸렸지만 무명시절이 길었던 내가 이를 통해 지명도도 얻었다.”
예지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옥죄는 건 싫다. 후회 없게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결과에 연연해 하면 앞으로도 안좋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팀 활동에서는 랩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랩에 더 집중하고 싶고, 라디오 DJ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