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감사의 마음으로 한해를 보내며

한해의 끝자락. 불황의 그늘 속에서 외롭고 고달팠지만 밝은 날도 있었습니다. 지나온 나날을 생각하면 초라한 발자국 뿐이어서 허무할 따름입니다. 연말이 성큼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데 사람들과 거리의 분위기는 예년과 같지 않습니다. 신문 지상에는 학연들로 엮인 지인들의 모임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연말분위기를 띄우지만 막상 참석해보니 50년대, 60년대 학번인 70,80대는 거의 솎아내버린 듯합니다. 몇몇 큼직한 사업체의 오너만 만 고문으로 추대돼 동문회에서 ‘생존’하더군요. 새파랗게 젊은 2000년대 학번은 회비도 면제해주는데도 이공계열 외에는 인원이 줄어들어 선후배간 융화가 서먹서먹한 관계여서 오락시간의 게임도 썰렁했습니다. 그저 먹고 마시는 파티와 찬조금 출연으로 끝났을 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아픔이 있게 마련인데 나만 아프다고 아우성칠 수 있을까마는 작고 소소한 일도 나를 행복하게 했고 고단하고 또 고단한 일이 더 얹어져도 곧 내 등이 가벼워진 기쁨에 쉽게 불평했던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삐딱하면 죽겠다는 입버릇, 아쉬움과 후회가 많은 것을 반성합니다. 눈을 들어 두루 두루 주위를 돌아보면 신문지상에는 30대 가정 주부가 남편과 불화로 4살난 자식을 고층 아파트 밑으로 내던지고 자신도 투신자살하는 가정파탄과 70세 독거노인이 아파트 매니저에게 “죄송합니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자살한 비정한 기사도 있습니다.

가는 세월에 사랑을 구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고 스스로 내가 주면 그 사랑이 돌아온다는 게 자연적인 순리라고 봅니다. 운명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약한 거라 믿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스스로 반성하며 용서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멀미 나는 지금의 현실에 세월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그저 낡은 것은 묵은 해의 반성으로 보내고 후회없는 뉘우침으로 새해를 맞이하고픈 소망을 가져봅니다 .

서녘 하늘

갈대 곁에 섰노라면

내안에 기억이

무성한 전단처럼 흩날린다

바람이 스치는 떨림

그 순한 음성

선한 눈매를 기억한다

바램의 약속 어디로 가는가

함께 사랑 했다는

숙연한 기억에

눈시울 적시는

허전한 귀로

– 자작시 <바람의 기억>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노력한 시간들 속에 무엇을 얻었고 잃었는 지 측량하고 싶지 않습니다. 외롭고 외로웠지만 따뜻한 지인이 있었기에 생일이며 명절 주말이며 순간 순간 행복했습니다. 친가족보다 더 살갑게 챙겨주고 위로해준 나의 지인이 있었기에 그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는 독자 여러분 모두 무궁한 발전과 가내 행복하기를 빕니다.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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