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재규 묘비 훼손돼..“박정희 영원하다”는 애국순찰팀 소행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故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묘소 비석이 훼손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칭 ‘애국순찰팀’ 소속 인사들이 “영웅, 박정희 각하 영원하다!!”는 플래카드를 앞세워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묘소를 찾아가 비석을 훼손한 정황이 알려졌다.

25일 중고자동차 매매 전문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고 김재규 장군의 묘 근황’이라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게시글은 388명이 추천해 베스트 게시물로 등극했고,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애국순찰팀 소속 인사들은 고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묘소 비석에 씌어 있는 ‘의사 김재규 장군 추모비’ 글자 중 ‘의사(義士)’ 부분과 ‘장군(將軍)’ 부분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의사(義士)는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의로운 사람’으로 풀이돼 있다.

장군(將軍)이라는 표현이 비석에 새겨진 이유는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인 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 2기생으로 졸업한 뒤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군인 출신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육군보안사령관, 제3군단장 등을 역임한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인(당시 육군 소장)으로서 주도한 5.16 군사정변 직후 호남비료 사장, 제9대 국회의원, 건설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1976년 12월 중앙정보부장에 임명된 뒤 박정희 대통령 최측근으로 일했지만, 3년 후인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인 10.26사건을 일으켰다.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미수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1980년 5월 24일 사형이 집행됐다.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해 최근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 지지 세력에 의해 묘비가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누리꾼들은 “남의 묘소 소중한 지 모른다.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에서 그럼 좋겠느냐”, “천벌을 받을 것”, “이런 건 처벌 못 하나?” 등의 댓글을 달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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