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후폭풍]최저임금 산입범위 ‘상여금’ 복병…노사 대립에 손쓸 도리없는 정부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촉발된 경영계와 노동계의 극한 대립에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물론 8년만에 재개된 노사정대화의 판까지 깨질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관련, 정부내에서 속도조절 기류가 감지되자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산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시킬지 여부가 최대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노사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어수봉 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차 전원회의에 앞서 근로자 측 위원들의 사퇴 요구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은 지난해 2018년 최저임금 인상 당시부터 촉발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슈다. 지난 연말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가TF가 내놓은 제도개선안에는 최저임금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산입범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경영계가 1년 내 지급된 모든 정기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서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노동계의 주장과는 정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 차는 지난달 31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노동계의 반발로 20분만에 파행을 빚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이 어렵게 시작한 노사정 대화의 원활한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 산입 쟁점이 노사정 대화의 틀을 깰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여부를 놓고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답보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노동-경영계 대표자와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임위에서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취할 수 없는 처지다. 최저임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한 당국자는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크지만, 최임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재안을 내놓는 등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임위 내부 상황도 마찬가지다. 노사간 의견 차를 좁힐 수 있을만한 절충안에 대해 아직까지 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다는 것이다. 최임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과 논의를 통해 의견차를 줄이려고 노력중이지만, 따로 공익위원 차원의 중재안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며 “예정된 3차 전원회의를 통해 협의를 이어가겠지만, 마땅히 해법을 구상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며 최임위 파행이 장기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양대노총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여부가 국회 주도로 이뤄질 경우, 노동계가 잃게 될 것이 더 많다는 판단 속에 최임위 내부 논의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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