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이 올들어 야심차게 선보였던 지역 본부장 제도(Distric Leader)가 도입한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삐걱거리고 있다.
한미는 지난 1월중순 남가주지역을 6개로 나눠서 지점들을 관리하는 지역본부 체제를 도입했으나 최근 가장 중요한 LA 제1지역 담당 DL이 업무과중 및 불만 등 여러 이유로 사직, 다른 한인은행으로 옮겨가 버린 것. 또 다른 DL도 조만간 사직할 뜻을 내비치는 등 새로운 제도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와해될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한미가 DL제도를 운영한다고 했을때 한인금융권은 3~4개월안에 실패할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대형은행들이 활용하고 있는 지역본부장제도는 우선 DL의 높은 업무수행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한인금융권의 현실에서는 무리라는게 가장 큰 지적이었다. 한미 DL에게는 30만달러의 전결권을 주었다는 후문인데 이는 다른 한인은행의 행장들에게 주어진 권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따라서 한미 DL들이 과연 ‘행장급’ 업무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한미가 미주지역 최대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점장들의 탁월한 영업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도 패착의 요인이다. 기존 행장이외에 지점장을 관리하는 또다른 조직체계를 둠으로써 지점장의 위상을 격하시킨 셈이 된 것이다. 지점장들은 자신들의 고객기반을 송두리째 노출시켜야 하는 부담과 함께 최고경영책임자인 은행장과의 직대가 원천 봉쇄된 상대적 소외감 그리고 새로운 보너스 플랜에 대한 불만 등으로 DL에게 비협조적 일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안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었던 문제였는데 한미는 아무런 보완책도 없이 DL제도를 졸속으로 만들어내고 강행한 것이다. 항간에서 지적되고 있는 ‘손성원 행장의 경영능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미는 퍼시픽유니온뱅크(PUB: 한국 외환은행 출자) 인수를 전후해서 육증훈 행장, 유재환 행장 등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할 정도로 심각한 지도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경쟁 한인은행들이 두자릿수 성장을 하는 동안 한자리 성장에 그쳐 PUB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모두 상실한 상태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 1월 손행장 취임이후 주요 간부직원들이 속속 이탈, 강력하고 탄탄한 조직력이 맥없이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도 인정한다는 손행장이 빨리 제 실력을 발휘해서 한미를 ‘대표은행’으로 이끌어 주길 바랄 뿐이다.
이상빈/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