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일의 세상읽기] 경제가 어려울 때

최근들어 접하는 경제뉴스는 답답함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이그제큐티브 인터내셔널과 뉴욕 바루치대가 360개 기업의 CFO를 대상으로 공동실시한 분기 경기전망조사에서 지난해 4/4분기에 경제 낙관론이 전분기보다 10% 감소, 지난 2004년 이후 4년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미국 기업들은 이같은 인식을 반영, 고용 동결과 자본지출 축소등 비용 절감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비관론이 늘어나면서 경영컨설팅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내수에 주력하는 중소기업들의 향후 경기 침체 대응에 관한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미국 경제 전반에 가장 기본적인 압력이 되고 있으며 기업 임원들이 이해하기 힘든 많은 정보가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소비자 신뢰지수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내수 침체 전망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수출 기업에 긍정적인 약달러와 탄탄한 해외 수요,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상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CFO들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과 침체 사나리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4.1% 로 발표했다. 미국은 작년 10월의 전망치보다 0.4% 낮아진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미국 내에서 6개월 이상의 장기실업자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특히 대학 졸업 학력과 함께 오랜 경력을 가진 화이트칼러층의 장기실업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실업률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각종 연구결과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신속한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정책 결정론자들도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최소 27주간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140만명으로 실업자 5명중 1명꼴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1년 경기후퇴 직전의 장기실업수준의 약 2배 규모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최고 상층부는 수요가 탄탄하고 최저층과 최근까지 양호하나 중간층에 대한 인력수요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전문가는 분석하고 있다. 화이트칼러층은 새 일자리를 찾더라도 전보다 훨씬 많은 급여삭감을 각오해야 하는 실정이다.
기술과 경험을 모두 살릴만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그런 일자리는 소소만이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2000년대 초반 경기회복기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의 높은 수익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기록적인 제조업 매출 신장이라는 특징이 나타났지만 이 기간은 단지 CEO들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기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률에 가려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질급여는 대게 변동이 없었고 빈곤층이 증가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의 명예퇴직 바람 이후 심각한 구직난을 지켜보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들을 살펴보면 허탈한 웃음을 짓게 한다. 장미족이란 장기간 미취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며, NG(No Graduation)족, 대오(대학 5학년)족은 취업이 어려워 졸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뜻한다. 삼태백은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이라는 말에서 더 나아가 30대 절반이 실업상태라는 뜻이고, 구직중독증은 취업 후에도 습관적으로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증상을 말한다고 한다.
직업을 잃었는데도 가족이 눈치못채게 몇년동안 양복을 입고 구직지원센터를 찾는 50대 가장의 모습은 더욱 슬프게 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한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을 위해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직업이 있는 사람은 더욱 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불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살짝 더 권한다면 한인이 경영하는 우리업소 우리가 더욱 더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임문일/굿모닝미디어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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