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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인가요?”
낯선 동양인의 행색을 얕잡아보는 듯한 백인 MD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의기양양하게 미국 최고급 백화점 삭스핍스 애비뉴를 찾은 스킨케어 브랜드 3LAB의 CEO 데이비드 정(49)은 눈을 질끈 감았다. 명품 백화점의 벽보다 ‘동양인 디스어드밴티지’가 먼저 와 닿았다. “백화점 전 직원들에게 6개월간 제품을 제공하겠습니다. 단 한 명의 직원이라도 품질에 불만이 있으면 두 말 않고 물러나죠.”
6개월 후, 데이비드 정이 백화점을 찾았을 때, 삭스핍스 애비뉴 사장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삭스의 새 파트너를 환영합니다.” 재미교포 1.5세 사업가 데이비드 정의 ‘뷰티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에스티로더 등 명품 브랜드의 OEM을 하며 언젠가 내 브랜드를 키우리라고 다짐하던 시절, 의학자들과 연구개발을 거듭하던 5년의 시간, 명품백화점에서 시작하고 싶은 욕심에 중급 백화점인 메이시의 입점 제의를 거절했던 지난날의 고충이 단번에 씻겨내려가는 순간이었다.
10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데이비드 정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의 바람으로 메릴랜드 주립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까지 땄지만 줄곧 관심을 가져온 화장품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허름한 창고에서 의학자 1명, 화학자 2명과 함께 화장품 개발에 착수했다. 과학과 순수자연이 결합한 화장품을 완성하겠다는 집념으로 5년을 버티며 마침내 3LAB 기초제품 20종을 완성했다.
3LAB은 광고 하나 없이 입소문을 타고 2007년 삭스핍스 매장 오픈 한 달 만에 판매율이 35%나 신장했다. 바니스 뉴욕,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 홍콩 하비니콜슨 백화점 등 세계적인 명품백화점 입점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거칠 것 없이 200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데이비드 정의 행보는 2006년 잠시 주춤했다. 바니스 뉴욕에 입점 협의 중인 상태에서 ‘입점 완료’라고 성급히 밝히는 바람에 과장광고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것. 결국 국내 매장을 철수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와신상담의 자세로 2007년 7월 ‘3LAB 아시아’를 설립하고 조심스럽게 재진출을 시도한 끝에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센텀시티점 입점에 성공했다. 전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1월 세계적인 웨딩드레스 브랜드 베라왕과 함께 패션쇼를 진행하는 등 세련된 마케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데이비드 정은 “한국계 화장품 브랜드가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한국의 브랜드 파워가 더 세질 것”이라며 “올해는 터키, 두바이, 일본에도 진출해 3LAB을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