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포럼] 급한 일과 중요한 일

급한 일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면 정작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잊을 때가 생긴다.
그 잊음이 깊고 길어질 수록 눈앞에 나타나는 일에 매달리게 되고 우리 삶의 목표마저 희미해지게 된다.
한 경영인 포럼에 모인 CEO들과 매니저들에게 백지 한장을 나눠주면서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일들을 종이에 나열해보라고 했다.

어떤 경영인은 손을 들어 종이 한장으로는 모자라니 한장을 더 달라고 한다. 그곳에 모인 경영인 대부분은 늘 일에 쫓기면서 살고 있지만 목록을 써내려가다보니 해야할 일이 그렇게도 많은 지 미처 몰랐다는 표정들이었다. 어떤 이는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면서 뿌듯함까지 느꼈다고 한다.
그 다음에 CEO들은 백지한장을 더 받았다. 이제는 내가 해야할 일들 중 가장 중요한 일들을 중요성의 무게에 따라 번호를 붙여서 써 보라고 했다.그리고 조금후에 두개의 종이에 쓰여있는 것들 중 지금 당장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 다시 번호를 붙여서 나열해보라고 했다. 이 글을 읽어내려 가면서 실제로 그 연습을 따라해 본 사람들은 그 답이 어떻게 나왔는 지 저절로 알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론보다는 나라가 먼저 서야할 길’을 확고부동하게 선을 그었다.
“나는 세계와 경쟁해 한국을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치의 잡다한 문제는 당이 책임지고 해야한다”라는 대통령, 즉 우리나라의 최고 경영인으로서의 소신을 피력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국민의 당부와 명령을 수행하는 일이 먼저라는 것이다. 국민은 그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쥐어줬고 그는 그에게 주어진 힘을 중요성의 순서대로 쓰겠다는 명확한 입장의 표명이었다.

치유받아야 할 병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약을 주는 일은 지금 당장 처해야할 급한 일이 되겠지만 그 병의 근원을 알아내고 체력과 정신력을 재활시켜 주는 것이야말로 그 환자와 친지들 모두를 살려내는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해주기 위해선 식생활을 개선해야하고 보다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살도록 가이드해주는 일인데도 주변의 환경이 그를 위해 바뀌지 않으면 처방만 좋았지 실질적인 회복은 찾기 힘들게 된다. 그런데 그 환자는 회복의 더딤을 따라와 주지 않는 주변환경을 탓할 수도 있는 반면에 그 환경을 박차고 일어나 자신의 건강을 되찾아내고야 마는 적극과 결단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은 잘살아보자는 의지 하나 때문에 독재도 참았고 고문도 견뎌냈다. 언젠가는 빈곤에서 탈출하리라는 희망 하나를 붙들고 속아주기도 해보고 넘치는 분을 참지 못해 귀중한 목숨을 선뜻 내놓았던 애국자들의 모습도 지켜보았다.

매몰찬 정치가도 올려보내봤고 인권을 이해할 것같았던 정치인도 대표로 뽑아보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17대 국회는 산전수전을 통해 성숙해져온 국민들의 정서가 만들어낸 가장 최근의 작품이다.
한 개인의 야심과 특정한 집권세력이 국민을 얕잡아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세계를 한눈에 놓고 대세를 읽을 줄 아는 지도자를 내세워야겠기에 그리고 감성만이 아닌 이성에 의한 실질적인 지도력을 필요로 하기에 우리 국민은 새 지도자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적어도 그 사람은 눈앞에 놓인 문제들 때문에 정녕 중요한 임무를 잊는 지도자가 아니라는 것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명박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정 방향을 읽어내려가는 필자의 눈엔 눈물이 핑돌고 만다. 계파에 의한 정치가 아닌 세련된 지도력과 결집력, 무대포의 밀어붙임이 아닌 기획과 전략, 그리고 분석에 의한 경제 정책, 일방통행이 아닌 실용적인 대북상호주의, 감정보단 실리를 염두에 둔 외교전략.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아버지의 손을 가진 대통령이 되어줄 것에 의심의 여지를 두고 싶지 않다.

토마스 박/ 굿모닝미디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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