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GE 이멜트를 꾸짖다

“최고경영자(CEO)가 약속을 못 지키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세기의 경영인’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자신의 손으로 뽑은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 GE CEO를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했다. CEO의 최대 덕목인 ‘신뢰’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이멜트는 지난 11일 GE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43억4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 줄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 자체도 실망스러웠지만 정작 웰치의 화를 돋운 건 이멜트의 ‘믿을 수 없는 입’이었다. 이멜트는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회사 순이익이 10%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그리곤 실적 발표장에 와서야 뒤늦게 진실을 공개하며 고개를 떨궜다.

시장은 이멜트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 결과, 주가는 12.79%나 곤두박질쳤다. GE로서는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처음 맛보는 수치스런 폭락이었다.

이멜트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눈길이 늘어났고, GE 주가는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게걸음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웰치는 15일(현지시간) CNBC에 전격 출연했다. 후계자의 잘못을 꾸짖고 사태도 수습할 요량이었다.

웰치는 TV 공개 인터뷰에서 “GE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제프리 이멜트에게 ‘신뢰’의 문제를 남겼다”고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그는 “중대한 실수였다. 당신(이멜트)은 약속을 했고 불과 3주 만에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신뢰문제가 생겼고 자신의 명예를 스스로 훼손했다”며 이멜트를 꾸짖었다.

이멜트는 이에 대해 “실적 전망에 관한 발언 직후에 베어스턴스 파산 등 예상치 못한 사태가 불거져 실적 전망치를 달성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웰치도 총애하는 후계자를 궁지로까지 몰아넣지는 않았다. 그는 “2001년 CEO가 된 이후 이멜트의 실적은 좋았다”면서 GE 분리를 요구하는 투자가와 분석가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또 “금융서비스 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순이익이 6% 줄었지만 순이익 규모는 40억달러가 넘는다. 연간으로 치면 200억달러가 넘을 것이다. (이런 실적을 두고 욕한다면) 미쳤다. 비행기는 막 착륙했고 잠시 흔들렸지만 승객들은 안전하게 내렸다. 이런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멜트를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시장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멜트 선장의 손에 맡겨진 GE호의 운명을 낙관하지 못하는 눈치다. 투자가들도 ‘이 공룡기업에 과연 성장잠재력과 전략이 있기나 한가’라는 의문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호사가들은 이런 GE를 늘 정상의 실력을 갖고서도 100년 동안 우승 한 번 못해본 시카고컵스 야구단에 빗대기도 한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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