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여파와 더불어 고유가와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한인 업계를 비롯한 부동산 업계가 불과 1~2년 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전과 비교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짚어본다.
1. 아파트에 웃고, 오피스에 울다.
부동산 붐과 더불어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아파트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동안 아파트를 찾는 바이어들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아파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을 관망하며, 미루고 있어 아직 아파트 수요가 많고, 숏세일과 은행차압의 여파로 인해 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유태계 부동산 투자가들이 한인타운 아파트 투자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 늘 한발 앞선다는 유태인들이 한인타운의 아파트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윌셔가를 중심으로 공실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강세를 유지해오던 한인타운 오피스 임대는 활황을 지속하다 최근 경기 불안정으로 다시 공실률이 점점 늘고 있어 오피스 소유주들의 고민도 커가고 있다. 불경기마다 큰 부침을 겪는 소규모 사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도 오피스 공간을 줄이면서 렌트는 하락하고, 임대 공간도 줄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한달 무료임대’ 광고 문구가 등장하고 있기도 한 형국이다.
2. 콘도 대신 아파트
최근 몇 년 사이 유행처럼 번지던 콘도 신축 분양. 현재 대부분 미국 전역에 건설과 관련된 융자가 중단된 상태다. 주택시장의 찬바람으로 분양마저 힘든 시기에 콘도를 신축 중인 개발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를 틈타 어려움을 겪는 개발사에게 접근해 시장가보다 30~40% 저렴하게 프로젝트 전체를 인수받으려는 소위 ‘Bulk 바이어’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은 콘도 프로젝트를 싼 가격에 구입해 주택경기가 올라갈 동안 렌트로 유지하며 버티다 추후 판매차익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수익성이 약화되자 콘도 개발사들은 콘도 프로젝트를 아파트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 숏세일 형태 변화
온라인 차압주택 정보업체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차압을 당한 주택은 총34만3,159가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36%가 증가했다. 만일 은행차압, 연체통보, 경매통보를 포함할 경우 차압절차에 들어간 주택은 올 상반기 총14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차압 매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차압주택 판매도 계속 지연되자 다급해진 오너들은 일부 공간을 렌트를 줘 페이먼트를 줄이던가, 혹은 아예 브로커에게 오너쉽을 양도하고 본인은 렌트로 살면서 재산세와 융자 페이먼트에서 벗어나려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4. 캐쉬는 나의 힘
’위기가 기회이다’라는 말이 요즘 많이 나돌고 있다. 요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보다 ‘현금 보유력’이다. 신용위기로 융자시장이 얼어붙다보니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어 오퍼를 넣어도 다운페이가 많지 않으면 은행에서 퇴짜를 맞기 일쑤다. 숏세일, 은행 물건 등 일반 시장가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좋은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기회를 얻는 비율이 높아졌다. 꼭 사고 싶은 매물이 있어도 현금이 부족하다면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바야흐로 좋은 매물만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5. 갈팡질팡 에이전트들
금융위기로 인해 융자업계와 은행들의 인원 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에이전트들 역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3~4년을 내다보고 다른 직종을 찾는 에이전트들이 늘고 있다. 또한 부업을 가지고 있지 않던 에이전트들도 이제 부업을 고민해야할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 주택, 사업체, 그리고 커머셜 분야 등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 이럴 때일수록 갈팡질팡 흐름을 따르기 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더욱 전문성을 길러 고객들에게 충실한 에이전트들만이 결국 살아남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이 양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