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라더스 파산, 메릴린치 전격 매각

158년 전통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15일 파산 신청을 내기로 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은 15일 새벽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사회가 파산 신청 계획을 승인했으며, 15일 중으로 뉴욕 서던 지구의 파산법원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 기업들과 매각 협상을 벌여왔으나 유력후보인 바클레이즈가 14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협상장에서 철수하는 등 최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파산 신청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바클레이즈 은행은 리먼 인수 후 발생할 잠재적 부실에 대해 미국 정부가모종의 보장을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58년 역사의 리먼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10년 전 롱텀캐피털(LTCM) 붕괴 때도 살아남았으나 글로벌 신용 긴축의 위기를 넘기지는 못했다.

모기지 관련 부실 확대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리먼은 지난 10일 올 3.4분기(6∼8월) 39억달러(주당 5.92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손실 규모는 리먼 역사상 최대 규모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22억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최악의 위기로 몰렸다.

리먼은 당시 부동산 자산 분사, 자산운용부문의 지분 매각 등을 담은 자구책을 함께 발표했으나 시장으로부터 회복 조치로는 미흡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1850년 독일에서 건너온 3명의 유대인 이민자들이 설립한 리먼은 월가 최고의 모기지증권 관련 투자은행으로 알려져 왔으며 2.4분기말 현재 650억달러의 모기지 관련 자산을 보유했다.

월가에서 리먼 다음 차례라는 지적을 받아온 미국 최대의 증권사 메릴린치도 결국 BOA에 전격 매각됐다. BOA는 이날 메릴린치를 약 50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으며 메릴린치의 440억달러 상당의 보통주와 60억달러에 달하는 옵션 등을 인수할 예정이다.

BOA의 케네스 루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자산관리와 자본시장 등에서 최고의 회사 중 하나인 메릴린치의 인수가 주주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이번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주당 29달러 수준으로, 이는 메릴린치의 지난 12일 종가인 17.05달러 대비 70% 할증된 가격이나 1년전 주가 대비 3분의 2에 해당하며 지난해 초 최고가 대비로는 절반에 불과한 가격이다.

BOA의 메릴린치 인수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매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 신청을 준비하며 몰락을 향해가는 등 월가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BOA는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리먼 인수 포기를 선언하고 전격적으로 메릴린치 인수를 결정했다.

월가의 고위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매각을 조율했을 수도 있다며 죽어가는 리먼브러더스를 놔두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환자를 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BOA의 메릴린치 인수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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