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자와 사별 슬픔 극단 우울증 부른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자살률이 26.1명인 것을 감안해도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알 수 있다. 노인들의 자살은 본인의 질병, 우울증, 자녀와의 갈등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평생을 함께 지내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우울증을 유발시키고 노인 자살을 부르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인 동시에 주위 가족들에게 엄청난 아픔을 가져오는 사별의 슬픔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과학저널인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보고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사별의 슬픔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적게는 몇주, 많게는 몇달 동안 극도의 슬픔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점차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일부는 상실감으로 기운까지 쇠퇴하며, 일상적인 생활을 다시금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복합슬픔(Complicated Grief)이라 부르며, 우울증으로 이이지면서 자살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이 같은 사별에 따른 슬픔의 강도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임상 심리학자인 마라-프랑세즈 오코너 연구팀은 지난 5년내에 유방암으로 어머님이나 여자 형제를 잃은 23명의 여성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감정의 변화에 따른 뇌의 혈액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fMRI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우선 복합슬픔을 앓고 있는 여성군과 일반적인 사별의 아픔을 겪은 여성 집단으로 나눴다. 그리고 이들에게 모르는 사람의 사진과 사별한 사람들의 사진, 슬픔과 연관된 단어와 일상적인 단어가 적힌 총 60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 과정을 fMRI를 통해 살펴본 결과 예상대로 사별한 사람의 사진이나 슬픔을 유발시키는 단어를 보여줬을 때 고통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의 활동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복합슬픔을 겪고 있는 여성의 경우 사별한 사람이나 슬픔과 관련된 사진을 보여줬을 때 고통과 관련한 뇌 부분 뿐만 아니라 기쁨과 보상을 관장하는 대뇌 측좌핵도 활동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오코너 박사는 “복합슬픔을 겪고 있는 여성의 뇌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결혼한 사람은 배우자에게 집착하게 되고, 이런 집착으로 즐거움을 얻어왔기 때문에 복합슬픔을 겪고 있는 여성에게는 사별한 사람의 슬픔을 연상시킬 경우 고통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과 함께 즐거움을 담당하는 대뇌 측좌핵도 활동성을 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오코너 박사는 “이번 결과는 적어도 임상 심리학자가 복합슬픔을 겪는 사람과 일상적인 사별의 슬픔을 겪는 사람과의 차이점을 알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적 외상을 연구하는 콜럼비아 대학의 조지 보나노 임상 심리학자는 “이번 연구결과는 대뇌 측좌핵을 겨냥한 의약품 등을 활용해 복합슬픔을 다루는 보다 나은 길을 제시한 것”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복합슬픔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임상 심리학자들이 꾸준히 연구해나가야할 분야”라고 지적했다.

박도제 기자

* 노인 자살과 뇌

최근 개그우먼 정선희가 남편 고 안재환의 사망 소식 후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등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실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심층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자살률은 지난 1996년 28.6명에서 2006년 72.1명으로 약 2.5배가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65세 미만이 11.7명에서 16.8명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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