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유동성이 금융기관들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호경기 시절 대접받지 못하던 체킹구좌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한번 크게 부각되고 있다.
LA타임스는 리스크는 높지만 고수익을 내는 투자상품들에 가려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려났던 체킹구좌가 금융기관들의 재도약을 위한 주요인으로 떠올랐다고 23일 보도했다.
전통적인 은행업무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투자로 수익을 올리려다 큰 손실만 본 금융기관들의 수가 계속해서 늘고만 있는 가운데 은행들로서는 안정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교차판매(Cross Selling)를 통한 다양한 수익원 창출의 기반이 되는 체킹구좌를 잡아야 한다는 급박함마저 느껴지고 있다.
투자기관 ‘키프 브루옛&우즈’(KBW)의 알베르토 알메이다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이 무너진 지금 은행이 보유한 예금은 가장 저렴한 펀딩 소스”라며 “예금이 탄탄한 은행을 인수하려는 금융기관들이 최근 크게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유이한 생존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연방준비은행(FRB)로부터 은행지주회사(BHC) 설립 허가를 받은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금영업을 할 수 없던 양대 IB는 이를 계기로 예금영업을 할 수 있게 돼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한인은행들이 앞다퉈 캐시백 서비스나 일정 이자를 지급하는 체킹구좌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오랜기간 보수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영업을 고집해온 은행들이 크게 어필하고 있다. 롱비치에 본점을 둔 ‘파머스&머천트 뱅크’는 인디맥은행이 문을 닫았던 지난 7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튼튼한 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 그 달에만 600명 이상의 고객으로부터 1억7000만달러 이상의 예금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공격적인 모기지 대출이나 자산담보부증권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려 했던 금융기관이 아니라 체킹구좌, 세이빙스 구좌, CD 등의 전통적인 은행상품들을 위주로 밸런스를 유지해 온 은행들만이 큰 피해없이 지금의 금융위기를 버텨내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30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파산위기에 처했던 프레몬트은행의 22개 지점과 50억달러 예금을 손쉽게 인수한 캐피탈소스뱅크의 테드 로우리 대표는 “체킹구좌 기반을 잘 닦으면 교차판매를 통해 고객들과 더욱 강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