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안 의회 원칙 합의…무슨 내용 담았나

찬반 공방이 치열했던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미 의회 지도자들은 25일 7000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금융시장에 수혈하는 구제금융법안에 잠정 합의했다.

최종 타결을 위한 막바지 진통이 남아 있지만 양당 간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진 만큼 이번 법안은 이달 안에는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 수 있는 구제계획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날 오후 양당 대통령 후보와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우리가 즉각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CNBC가 보도한 주요 합의 내용(일부는 추가 협의 대상)은 크게 ▷공적 자금 집행 절차 ▷도덕적 해이 방지 ▷감시·감독 기능 ▷납세자와 주택대출자 보호 및 구제 방안 등으로 요약된다.

▶공적자금 집행 절차=의회 지도자들은 구제금융 7000억달러를 세 단계로 나눠 투입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부실 자산 매입을 위해 2500억달러를 즉시 투입하고 대통령이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추가로 1000억달러를 쓰는 대신 나머지 3500억달러는 의회의 표결을 거쳐 집행하도록 했다. 공적 자금 집행의 속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의회가 이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마련한 셈이다.   

▶도덕적 해이 방지=이번 법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도덕적 해이 부문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특히 구제 대상 금융기관의 경영자에 대해서는 연봉과 수당 등을 제한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 전략으로 도입된 ‘황금낙하산(갑작스러운 인수로 경영자가 임기 전에 사임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주도록 한 제도)’도 존폐위기에 놓이게 됐다. 의원들은 또 자금집행권을 틀어쥔 재무부가 임의로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재무부의 업무 재량 범위를 현행법에 기초하도록 했다.

▶감시·감독 기능=공적 자금 집행을 감시·감독하기 위한 위원회가 복수로 신설될 예정이다. 하나는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 감독위원회, 또 하나는 재무부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독립 감독위원회다. 양당 지도자들은 또 재무부가 자금 집행의 상세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 의회에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정부가 자산을 인수하는 과정과 인수 자산에 대한 감사 기능을 회계감사원(GAO)에 부여할 계획이다. 이중 삼중의 감시·감독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공적 자금 집행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납세자, 주택대출자 보호 및 구제=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혈세 7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절반 이상의 미국민은 “납세자가 봉이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선 민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치권으로서는 납세자 보호 조항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이에 따라 양당 지도자들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금융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주택 압류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모기지 계약 조항을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추후 매매이익이 발생할 경우 일정 부분을 떼어 주택펀드기금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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