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급등으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미주 교민들의 송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1달러에 1400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불과 한 두 달 전보다 30-40% 가까이 달러 가치가 높아진 데다 한국의 정기 예금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면 환율 혜택 뿐 아니라 이자.수익 혜택까지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한국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는 것.

뉴욕에서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최근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고, 환율은 크게 올라 지금 한국에 부동산을 사 놓으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민이 많다”고 말했다.

LA의 한 교민은 “미국 증시가 바닥에 이르렀다고 봤을 때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어 지금 한국 증시에 투자하면 경기가 호전돼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떨어질 경우,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송금 실적 급증 = 신한 아메리카 은행의 송금 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9월,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한 액수는 2천105만 달러였으나, 올 9월에는 2천572만 달러로 1.22배가 늘었고 특히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10월에는 지난해 1천562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이달 들어 21일 현재 3천985만 달러로 무려 2.5배 가까이 늘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월말까지는 최소한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송금 건수도 지난해 10월엔 879건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1천519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한 액수는 20-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보내는 액수는 그대로지만, 환율 때문에 액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미주 한인은행들은 송금과 연계시킨 금융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신한아메리카은행의 이제우 마케팅 팀장은 “환율 혜택뿐 아니라,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가진 한국의 정기예금 등에 달러를 예치시킬 수 있도록 하는 상품들이 시판되고 있거나 될 예정”이라면서 “미주 지역 가운데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송금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 송금 안내 자료 = 교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문의가 잇따르자 뉴욕 총영사관은 23일 한국송금 안내 자료를 만들어 배포키로 했다. 궁금한 점에 대해 답을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안내문에는 ‘한국에 송금하고 싶은데 제한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현재 외환거래법상 해외에서 한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한도가 없으며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나중에 다시 회수할 수 있으나 교민들은 법상 비거주자이기 때문에 비거주자 자유원 계정이나 비거주자 원화계정을 만들어 송금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자유원 계정은 한국 내에서는 인출해 사용할 수 없고 단지 예치만 가능하지만, 원화계정은 어떤 투자나 이용에도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자에 대해서는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내에서 이자의 13.2% 만큼 이자소득세가 부과되며 이는 추후 미국 국세청(IRS)의 소득세액에서 공제된다”면서 타인 명의로 송금할 경우, “내국인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절차없이 송금이 가능하며, 증여를 받은 내국인은 금액에 따라 10%(1억이내)에서 50%(40억원이상)까지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하고, 추후 증여형태로 회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증여계약’을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송금이 가능하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안내문은 주식 투자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재외동포가 한국내 은행에 외화를 송금하여 주식.채권투자를 할 경우, 금액이나 향후 투자원금 및 투자수익의 해외송금에도 제한이 없다는 것.  다만, 절차상 한국내 증권회사를 상임대리인으로 지정하고 홈트레이딩 또는 증권사 중개를 통해 투자해야 하며, 금융감독원에 외국인 투자등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내자료는 “건당 1천 달러 이상의 모든 자금 흐름은 송금자.송금일.사유.금액 등이 외환전산망에 보고되지만, 이는 조세 부과나 혐의거래 파악이 목적이 아니라, 통계 작성 및 자금 흐름 모니터링을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현금 1만달러 이상을 송금할 경우 IRS 현금거래보고(Currency Transaction Report)대상에 포함되지만, 자기 당좌(데빗)계좌에서 송금하는 경우는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욕 총영사관의 윤여권 재경관은 “교민들의 송금이 늘어나면 달러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안내 자료를 만들어 배포키로 했다”면서 “교민 신문 등을 통해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