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과연 지금이 바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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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지금이 바닥인가?’

지난달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로 미국 증시가 ‘검은 10월(Black October)’의 대폭락장을 이어가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시장에 공포가 지배하는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외쳤다.

검은 10월에 미국 증시의 대형주 지수인 S&P지수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최고 42%나 하락한 이후 20%가량 회복하면서 무기력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증시 100년 역사에서 이번 ‘검은 10월’ 사태와 비견할 만한 폭락장세는 1930년대의 ‘대공황’, 73년부터 3년간의 ‘오일 쇼크’ 시대, 87년의 ‘블랙먼데이’, 그리고 2000년 ‘IT 버블 붕괴’ 등 4번이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과거 폭락장세와 비교해 지금이 바닥인지를 진단했다.

대공황의 시작을 알리는 1929년의 증시 대폭락 이후에도 증시에 뛰어는 투자가들은 그 이후 2년간 투자금의 4분의 3을 날리게 됐다.▶그래프 참조 이번 금융위기를 대공황 수준의 경제 불황을 몰고 올 것으로 본다면 주가는 아직도 내려갈 길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2000년의 IT 버블 붕괴 때와 비교해보면 거의 바닥에 근접한 수준이다.

보스턴 소재 그랜섬메이요오털루펀드매니지먼트그룹의 설립자인 제러미 그랜섬은 지금은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투자금 전체를 투입하지는 않았지만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직 바닥을 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 시기라는 것. 투자심리를 기준으로만 본다면 버핏 말대로 공포가 지배하는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도 있다.

증시의 공포감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표인 VIX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과거 역사적으로 볼 때 VIX가 높아지면 주가가 저평가됐고 결국 투자심리가 되돌아오면 반등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가 추이를 전망하는 또 다른 지표인 미국 재무부 국채와 비교해도 주가는 저평가된 상황.

재무부 채권은 1940년 이래 최저 수익률인 0.02%를 기록한 이후 여전히 채권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안전 자산인 국채와 우량 채권 가격이 정도 이상 높아져, 수익률이 낮아지면 돈은 다시 고수익을 좇아 증시로 방향을 틀게 된다.

IT 버블 붕괴를 예고한 ‘비이성적 과열’이란 저서로 유명한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교수도 자신이 개발한 주가수익률(PER) 모델인 PE에 따르면 검은 10월 이후 S&P 주식의 PE 수익률 수준은 지난 199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지금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몇 년 기다릴 자금 여력이 있는 가치투자가들은 지금이 투자 시기라는 것.

바클레이즈캐피털의 투자분석가인 팀 본드도 바클레이즈 주가 예측 모델로 보면 지금의 주가는 미국의 내년도 경제가 마이너스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가격이라고 진단한다. 대공황 폭락장세였던 29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4.1%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투자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반면 소시에테제네랄의 애널리스트인 앨버트 에드워즈는 비관적이다.

과거 불황의 터널에서 주가가 반등하기도 하는 것은 금리가 내려가고 채권 수익률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이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는 것. 세계는 아직도 빚잔치 숙취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주가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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