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보너스 지급 명암

너나 할 것 없는 불경기의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연말 보너스를 두고 한인은행 직원들 사이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일부 한인은행이 이미 연말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대다수 은행에서는 부진한 실적과 심각한 금융위기 탓에 ’1년간 수고한 직원들을 위한 연말 보너스’라는 명분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태평양은행이 장정찬 행장과 조혜영 전무를 제외한 전 직원에게 월급여의 75%를 보너스로 지급했고, FS제일은행(옛 퍼스트 스탠다드)도 부행장(SVP) 이상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월 급여의 30~50%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하지만 나머지 은행들 대부분은 실적과 관계없이 경영진이 이사회에 보너스 얘기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이다.

지난달부터 은행가에는 ‘모 은행은 연말 보너스가 없다더라’는 식으로 소문이 나돌았다. 한 은행원은 “동료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보너스가 화제가 됐지만 직장에 남아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에 다들 힘을 잃었다”라며 “그래도 조금은 나오겠지 하는 기대를 버리진 않고 있다”라며 한숨 지었다. 또다른 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경영진에서는 조금이라도 주고 싶어 하지만 이사회에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라며 “실적을 봐선 보너스가 없는 게 당연하겠지만 매년 받던 보너스인데 우리 직원들만 못받으면 어떡하느냐라는 말까지 나오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연말을 맞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빠질수 없는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은행들의 보너스였다. 은행원들의 연말 보너스는 재산세 납부나 지인들을 위한 연말 선물 구입 또는 가족끼리의 근사한 외식 등에 쓰이며 한인 커뮤니티 연말 경기 진작에 한몫을 담당해왔다. 각 은행별 송년파티가 성대하게 열리고 미용실은 예쁘게 치장하려는 여성 은행원들로 가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송년파티는 각 부서별 또는 지점별 회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 은행은 자체적으로 직원들끼리 주고 받는 연말 선물을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아 지점장 또는 부서장급 중간간부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보너스 지급을 반대하는 쪽의 입장은 단호하다. 보너스가 없으면 적당한 위기감과 긴장감이 생겨 더 어려워질 내년에 대비할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냉정한 주장이다.

한 은행 간부는 “결정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몫이며 개인적으로는 반대”라며 “힘든 시기에 은행을 위해 희생한다면 명분도 좋고 경기가 좋아질 때 더욱 큰 보상을 떳떳하게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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