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몇몇 한인은행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터지고 있어 한인은행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위기가 들뜨게 마련인 연말이라고 하지만 최근 한인은행가에서 벌어진 사고들은 은행들의 내부 감사및 인력 관리 등과 같은 시스템적인 요인 뿐 아니라 고객의 돈을 다루는 은행원들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돌이켜 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말이면 은행들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곤 한다. 지난해만 해도 모 은행 지점에서 현금이 증발하고 고객의 직접 서명이 없는 고액의 수표가 지급돼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얼마전 윌셔은행 랜초쿠카몽가 지점은 전문털이범의 도난피해를 받기도 했고, 새한은행의 직원 3명은 수년 동안 수십만달러의 은행돈을 유용하다 적발됐다. 이같은 사례는 은행 관계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크게 ▲부실한 내부 감사 시스템 ▲허술한 인사관리 시스템 ▲허약한 은행원의 도덕성및 직업윤리 등 3가지를 꼽는다.
은행은 보통 비정기적으로 장부상의 돈 액수와 실제 돈 액수를 맞춰보는 ‘캐시 카운트’를 실시하고 돈 액수를 세어보는 업무도 여러명이 돌아가며 하도록 하는 등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그런 가운데서 몇년째 직원끼리 공모해서 고객의 돈을 유용해 온 사실을 방치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간·주간·월간 감사 항목을 두는 것은 물론 별도로 상시 감시부서를 둬 돈과 관련된 사고가 없도록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한국의 은행들에 비해 사람이 필요하면 일단 뽑고 보는 한인은행가의 인사 관행은 늘 사고 발생의 잠재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은행원을 뽑는데 있어 학력 위조는 없는지, 개별 크레딧 점수는 어떤 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은행 간부는 “지난 수년간 은행들이 고속성장할 당시 서로 몸값을 올려가며 능력이 안되는 직원을 스카웃했지만 그 직원들 중 실적을 제대로 내놓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꼽아보라”라며 “한 은행에서 문제를 일으켜 해고된 직원이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은행에 입사해 아무일도 없었던 듯 돌아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한인은행권의 무분별한 인사관리를 비난했다.
한인은행가의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호경기와 함께 한인은행들은 사상 유례없는 성장세를 이뤄냈지만 이로 인해 실적과 결과로 모든 걸 평가하는 분위기가 득세하게 돼 전반적으로 도덕적인 해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 모 은행에 근무하던 한 은행원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을 받았으나 다른 은행으로 이직한 뒤 개인 파산신청을 해 이전 근무 은행에 큰 피해를 주었던 사례는 한인은행가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게해준다.
한인은행권의 고위임원 K씨는 “돈 사고가 나면 보험이 있으니까 돈을 되찾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세보다는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감사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한번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는 쉽게 되찾을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한다”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