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상업용부동산, 금융기관에 ‘독’ 된다

금융기관들에 상업용부동산(CRE)의 현실적인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감정(Appraisal)의 필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올해 19번째로 폐쇄된 시큐리티퍼시픽은행을 정리하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팀원으로 한인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여했던 CKP회계법인의 스티브 오 이사는 대출 담보로 잡고 있던 상업용부동산(CRE)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다가 지난해 3분기 FDIC가 명령한 액수의 대손충당금을 견뎌내지 못해 결국 폐쇄되고 말았던 과정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오 이사에 따르면 웨스트LA에 본점을 둔 시큐리티퍼시픽은 대출의 78% 가량이 CRE를 담보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담보물의 가치를 부동산 시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놓은 채 이를 위한 대손충당금을 추가하는데 소홀히 했던 것이 폐쇄의 가장 큰 단초가 됐다.

이 은행이 2007년말부터 충당금 추가 규모를 두고 외부 회계감사기관과 논쟁을 벌이다 마무리짓지 못하자 FDIC는 직접 감사를 벌여 3분기에 6800만달러의 충당금 추가를 명령했다. 이로인해 3000만달러를 조금 넘는 자본금을 갖고 있던 이 은행의 자본비율이 마이너스가 돼 결국 폐쇄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은행은 4개 지점에 6억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자산규모를 갖고 있었으며 2007년 1분기 전체대출의 3.47%였던 부실대출(NPL)이 1년만에 14.12%까지 늘며 큰 우려를 낳았던 은행이다. 또한 지난해 한미은행을 떠났던 마이클 위니아스키 CFO가 재직하고 있어 은행이 폐쇄되던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 이사는 시큐리티퍼시픽의 자산 구성이 한인은행들과 흡사한 점이 매우 많다며 대출 담보로 잡고 있는 CRE의 제대로 된 감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각 은행들이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모든 대출들에 대한 세밀한 리뷰를 실시했다고 하지만 페이먼트가 잘 들어오고 있다고해서 그 대출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고정관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페이먼트가 잘되더라도 해당지역 CRE시장 동향은 물론 건물에 빈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트래픽은 어떤지 등의 론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페이먼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점은 이미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FDIC가 최근 어바인에 20만평방피트의 사무실을 구하고 대대적인 신규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내년부터 FDIC가 서부지역 금융기관들에 이전 어느때보다 혹독한 관리 및 감시를 펼칠 것이라는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어바인에 사무실을 둔다는건 캘리포니아 지역 소재 은행들에 문제가 많을테니 각 케이스 별로 진행하던 폐쇄은행 대출 및 기타 자산 관리를 한 곳에서 몰아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관련 업계에서는 FDIC의 은행 정리 작업이 향후 3년 정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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