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팜 비치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렸던 한 금융관련 회의에서 뉴올리언스 소재 지역은행인 휘트니내셔널뱅크의 존 호프 회장은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3억달러의 구제금융자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출 확대라구요? 대출 확대와 같은 공공부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의 사업모델이나 자금정책을 변경할 계획은 없습니다.”
미 상원이 3천500억달러 규모의 2차분 구제금융 자금의 집행을 승인한 가운데, 어려움에 처한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확대해주길 원하는 의회 및 정부의 기대와 달리 많은 은행은 구제금융 자금을 ‘조건없는 횡재(Windfall)’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정부의 구제금융 자금을 받은 많은 은행은 경기침체가 확산되면 더욱 어려운 처지에 처할 것을 우려하면서 아직도 부실여신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전문가들은 은행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기업과 가계에 지원해주고 이 자금이 소비와 투자를 통해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 경기 회복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들로부터 부실자산을 떼어내거나 대규모 보증을 서주는 등 대출 확대를 독려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구제금융 자금을 대출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은행은 별로 없으며 오히려 은행 대다수는 이를 대출 상환이나 인수.합병(M&A)자금, 미래를 위한 투자자금 등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의회의 한 전문위원회가 지난 9일 내놓은 보고서도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주택압류사태를 막는데 기여했다는 징후가 없다면서 주택소유자들을 위한 지원을 극대화하도록 촉구한 법의 취지에 재무부가 부응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거액의 손실을 낸 뒤 200억달러의 자금을 정부로부터 추가 지원받기로 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추가 지원의 이유는 인수한 메릴린치의 부실규모가 생각보다 컸다는 것이었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자금을 지원받은 은행중 최소한 7곳은 자금지원 이후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했다.
재무부가 자금 지원 시 용처를 제한하거나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댈러스 소재 플레인스캐피털뱅크의 앨런 화이트 회장은 재무부가 지원한 8천800만달러를 ‘기회 자본’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은 이 자금으로 내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