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재무부가 발표한 자본지원프로그램(CAP)은 불확실성과 부정적인 전망으로 가득찬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대형은행들이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더라도 버텨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이를 중소규모 은행들에까지 확대해 금융시스템 전체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그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무부는 우선 19개 대형은행들에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다. 2가지로 나뉜 경제악화 시나리오에서 각 금융기관이 떠안게 될 추정손실을 산출한 후 자금 투입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스트레스 테스트는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 감소하고 실업률이 8.4%에 달하며 주택가격이 14% 하락한다는 기본 시나리오(Baseline)와, GDP가 3.3% 떨어지고 실업률은 8.9%로 오르며 주택가격이 22% 폭락한다는 혹독한 시나리오(More Adverse) 등 2가지로 이뤄졌다. 기본 시나리오는 현재 경제전문가들이 보는 기본적인 경제 전망을 가정으로 하는 것이며 혹독한 시나리오는 불경기가 보다 심각해지고 장기화된다는 가정이다.
이 결과가 나오면 재무부는 우선 민간 자본시장에 증자할 기회를 주고 여의치 않을 경우 해당 은행으로부터 보통주로의 전환이 가능한 전환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tock)을 직접 매입한다.
지난해 10월에 시행된 1차 구제금융인 TARP의 자본매입프로그램(CPP)는 재무부가 은행으로부터 보통주 매입 권리(Warrant)가 붙은 배당률 5%의 우선주를 매입하는 형식이었으나, CAP의 전환우선주는 배당률이 처음부터 연 9%이다.
이 우선주는 7년안에 은행이 되갚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되는데, 그 전에 은행의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전환될 수 있다. 보통주로 전환될 때는 지난 9일 주가에서 10% 할인된 가격이 적용된다. 이미 CPP를 통해 자금지원을 받았더라도 CAP을 통해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CPP로 발행한 우선주를 CAP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가 은행의 보통주를 갖는다는 건 사실상의 국유화나 다름없지만 정부는 일단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금지원에 따르는 조건은 CPP보다 세세하고 강력하다. 경영진의 급여와 보너스는 물론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마저 제한되며, 지원받는 은행은 대출을 늘려야 한다.
이번 발표에는 자산규모 1000억달러 미만 금융기관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자산구성이나 수익모델이 판이하게 다른 중소형 금융기관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에선 현재 민간 자본시장에서의 증자가 거의 불가능한 점을 들어 정부가 대형은행들은 모두 살리는 대신 생존능력이 없는 중소은행은 폐쇄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