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콘 ‘G제국의 몰락’

‘주식회사 미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100년 자동차 산업의 산 증인인 제너럴모터스(GM)와 미 금융제국의 아이콘인 씨티그룹, 글로벌 기업의 원조격인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내로라 하는 미국의 간판기업들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GM은 파산의 기로에서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씨티의 운명은 이미 재무부 관료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GE도 금융사업 부문의 손실 우려로 심각한 신뢰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등 신흥 경제국 기업들의 ‘경영 교과서’로 통했지만 지금은 경영 패러다임 변화(규모→스피드)에 대한 부적응과 위기 관리 미숙(고위험 고수익 모델)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GM의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앤투시는 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회계감사보고서에서 “GM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경우 파산보호 신청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GM의 자금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회계법인에서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의심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택의 추가 그만큼 파산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방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증시 소식을 전하며 씨티의 참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씨티는 장중 한때 주가가 사상 최초로 90센트대까지 떨어져 ‘센트(cent) 클럽’에 가입했다가 장 막판 간신히 1.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유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씨티는 기존 주주들의 투매로 인해 올 들어서만 주가가 85%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55억달러로 급감했다.

소스트레이딩의 마크 르스트레인지는 “씨티그룹이 완전히 맛이 간 것은 거의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50% 이상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GE는 금융 부문의 손실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내다파는 등 신뢰위기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제조업 부문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GE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금융 부문인 GE캐피털의 부실 우려 때문이다.

GE캐피털은 소비자와 기업은 물론 GE의 사업 부문에 대출하고, 금융위기로 흔들리는 동유럽 등 신흥시장에도 상당한 대출을 갖고 있는 데다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한 곳 중 하나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런 이유를 들어 GE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호령했던 미국의 자존심들이 동반 부실의 길로 접어들면서 세계 증시도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유럽 증시가 대폭락한 데 이어 뉴욕 다우지수도 12년 만에 처음으로 6600선이 붕괴됐으며, 그 여파로 6일 국내 코스피지수는 하락 출발하며 1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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