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말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점점 후퇴하면서 내년 이후에나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비관적인 뉴스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악화일로에 있는 미국 경제는 언제 회복할 것인가, 또 바닥을 탈출한다면 그 신호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AP통신은 고용과 주택시장, 주가 등 3개 부문에 걸쳐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 현재 미국 경제가 어떤 상태에 놓여져 있으며 언제 바닥을 탈출할 것인지 가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고용 = 2월 미국의 실업률은 8.1%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4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사태는 위기의 진원지인 부동산 시장과 금융산업은 물론 전 업종으로 확산된 상태다.
앞으로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24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지고 실업률은 9%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이는 1990∼91년, 2001년 경기침체 때의 실업률을 능가하는 것이지만 1982년 12월에 기록한 10.8%보다는 낮다.
무디스의 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경기가 내년에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2013년까지는 실업률이 경기침체 이전 수준인 5%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코노미닷컴은 고용사정이 바닥을 탈출하는 신호로 2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기업들이 임시직 고용을 늘려가는 것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증가하는지 여부다. 기업의 사정이 개선되면 고용주들은 먼저 임시직 채용을 늘리고 이어 정규직을 채용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닷컴은 그러나 이런 현상이 내년 중반에야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시장= 1월 중 미국 전체 주택가격의 중간값은 17만3천달러로 18개월 전에 비해 26% 떨어졌다. 예일대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에 따르면 대공황 기간에 집값이 30% 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도시에 인구밀집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했고 성인 가운데 주택보유자의 비율도 낮았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따른 타격이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십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주택경기의 하강은 국지적인 현상이었지만 이번은 전국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작년 4.4분기에 150개 대도시지역 가운데 거의 90%가 집값 하락을 경험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년 말까지 주택가격이 18∼29%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바닥은 언제일까.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부동산 전문가인 수전 와처 교수는 1월의 주택판매 추이를 감안할 때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남아 있는 주택이 소진되는 데는 9.5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6개월이면 소진되는 물량이다. 와처 교수는 주택 압류 사태가 진정되고 재고가 소진되면 주택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이전에 주택가격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며 설령 반등하더라도 가격 상승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증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007년 10월의 피크 때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1929년 대공황의 여파로 다우지수가 89% 폭락하고 S&P 500 지수는 86%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월가가 최악의 약세장을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 가운데 상당수는 주가가 이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이다.
시카고 소재 해리스 프라이빗 뱅크의 수석투자자인 잭 어블린은 실업률이 더 오르고 경기가 계속 하강한다면 다우지수가 6,0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벨 커브 트레이딩의 시장전략 책임자인 빌 스트라줄로는 다우지수가 5,000, S&P 지수는 50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비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과거 60년 동안의 지수변화를 살펴보면 S&P 500지수는 경기침체가 끝나기 4개월전, 실업률이 정점에 도달하기 9개월 전에 바닥을 친 것으로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주택가격과 은행대출, 고용 등의 지표가 반등하고 소비지출이 늘기 시작하는 시점을 탐색하다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묻어뒀던 현금을 증시로 옮기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투자가들은 철광석과 곡물 등 여타 원자재의 운임 변화를 살펴보기도 한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의 바닥시점이 올해 2분기 또는 3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과거의 경우처럼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주가폭락 때만큼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1932년 S&P 500 지수는 바닥을 다진 후 1년 만에 무려 46%나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