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행들 구제금융 반납

미국 정부가 부실은행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하자 일부 은행들은 이에 반발해 이미 지원받은 구제금융을 반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 등 거대 은행 뿐 아니라 미네소타의 TCF 파이낸셜 코포레이션이나 루이지애나의 이베리아 뱅크와 같은 소규모 은행들도 구제금융 조건이 너무 성가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구제금융 지원 대상 은행에 부과되는 조건은 감원 연기와 경영진 봉급 삭감, 직원 교육 프로그램 취소, 외국인 채용 제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10일에는 뉴욕의 시그너처 뱅크가 경기부양책의 경영진 봉급 제한 규정을 이유로 3개월 전 지원받은 구제금융 1억2천만달러를 반납하겠다고 재무부에 통보했다. 위스콘신의 존슨 뱅크 오브 래신 경영진도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 동물원이나 오페라단 지원 등 지역사회 활동을 제한받게 될 것 같아 구제금융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막대한 구제금융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질수록 낭비를 막기 위해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정부가 내거는 조건들이 언제든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 분야 관리를 지낸 윌리엄 시드먼은 “우리는 은행들이 경제회복에 기여하도록 하려 하지만 개별 은행의 이익은 부차적인 것으로 다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실은행에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은행들이 손해를 초래하는 대출 관행에 젖게 만들어 결국 더 많은 정부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간섭의 실패 사례로 1990년대에 주주이익 증가와 동시에 주택 소유를 늘린다는 공적 책임까지 부여받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든다. 이 같은 상충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들은 위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수십억달러를 대출했으나 구매자들의 도산과 주택가격 폭락으로 지난해에는 정부 관리 아래 놓였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더글러스 엘리엇 연구원은 현재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들은 상충되는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패니메이와 프레디맥과 같은 처지라고 지적했다. 구제금융으로 정부가 부실 은행이 문을 닫지 않고 살아남게 함으로써 금융시장 전반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시드먼은 “현재의 정책은 은행들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며 “지불 능력이 없는 은행을 살려두는 것은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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