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연예계 ‘술시중·성상납’파문… 전문가 긴급 제언

방송국 ‘케이스 스터디’통해 교육 나서야 – 주철환 전 OBS대표

근절책은 없다. 농부의 지혜로 모내기 할 때는 모내기, 김매기 할 때는 김매기를 해야 좋은 쌀(스타)을 수확할 수 있다. 지혜는 교육을 통해 얻는다. 그러나 우리 연예계는 교육이 안돼있다. 기자나 PD는 교육을 받지만 연예인들은 교육받을 곳이 없다.
 
연예계 역시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곳이다. 따라서 연예계에 입문하는 신인들에게도 따뜻한 느낌으로 접근하는 관계자를 한번쯤 의심할 줄 알고 부당한 잠자리를 요구하면 고발할 수 있 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 기능은 방송국이 일정 부분 떠맡아야 한다. 방송국에서 스타의 ‘케이스 스터디’를 해줘야 한다. 최진실은 어떤면에서 잘된 것이며 어떤면에서 잘못된 것인지를 신인들에게 가르쳐주자는 얘기다. 신인들은 부당한 제의를 거부하면 매장되지 않을 까 혼자 고민하다 공론화의 순간을 놓칠 수 있다. 그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방송국에서는 “왜 우리가 연예인 교육까지 맡아야 하나? 우리가 교육기관인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방송국이 연예계 입문자를 위한 교육적 마인드를 가져야하는 이유는 방송의 공공성 또는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것이 방송의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연예기획 업무분화 합리적 ‘관행’ 정착을 – 김형준 다인필름 대표


장자연 사건은 연예기획사끼리의 이권다툼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드라마 PD든 기업 광고주든 돈과 권력을 악용하는 이들도 문제다. 무엇보다 연예계의 자성과 자정노력이 시급하다. 매니지먼트업계나 제작자협회 등 연예계 각종 단체를 통해 정당하고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 지켜야 한다. 연예산업의 합리적인 관행을 마련해 ‘법제화’해야 한다. 보통 국내 대다수의 매니지먼트사들은 일부 대형회사를 제외하곤 1~2인의 매니저가 연예인의 훈련, 홍보, 섭외, 로비 등을 혼자 담당하는 구조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연예계와 매니지먼트 시스템 자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에 미국처럼 되는 것이 어렵더라도 연예기획사의 업무를 에이전트, 개인 매니저, 비즈니스 매니저 등으로 분화시키고 각 부문과 연예인이 서비스사-고객, 피고용인-고용인으로 관계를 맺는 계약방식이 정착돼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연예계 구조상 신인급 연예인들은 인권을 침해당할 여지가 많다. 당장 정부 관계기관이나 공공 단체에 관련 피해 사례를 신고ㆍ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방안도 강구해봐야 한다.


주먹구구 캐스팅·노예계약 근절대책 시급 – 문제갑한예조 정책위 의장


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의 구조적인 문제점,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간 불합리한 계약관계 등이 개선돼야한다. 시스템이나 원칙보다는 인맥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캐스팅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혼자서 스타가 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인들은 소속사를 끼고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까지 비용을 소속사에서 부담하고 나중에 수익을 뽑아내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우선 연예인과 회사 간 계약이 중요하다. 하지만 소속사와 배우 간 계약은 주종관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권유린,사생활 침해, 불공정한 수익 분배 등 연예인에게 불리한 항목이 포함된 경우도 많다.
 
지나치게 계약기간이 길거나 가혹한 옵션이 붙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합리적인 계약관행만 정착된다면 얼마든지 상생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장자연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이 용두사미 격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면 앞으로도 제2,제3의 장자연이 나올 수 있다.


‘상품보다는 인격’ 초점…공개 오디션 강화 – 이순재 원로 배우


사용자의 양식이 문제라고 본다. 새로 시작하는 연예인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양식이 있어야 한다. 신인을 상품이 아닌 인격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현재 우리는 연기자를 아무데서나 데려온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신인은 6개월 이상 연수를 받아 연기력을 가다듬고 인격체로 만들어야 한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신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투자를 해야 한다.
 
돈이 되면 아무데나 집어넣는, 순전히 수익구조로만 판단하면 방송연예계는 발전이 없다.사용자측은 기본이 잘 갖춰진 사람을 발굴해서 스타를 길러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디션 제도를 좀 더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캐스팅에 PD의 주관적인 관점이 개입될 수 있다. 하지만 공개 오디션을 강화하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캐스팅 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


‘금전 만능주의’ 팽배…일벌백계 다스려야 – 최불암 원로 배우


모든 문제가 사람에게서 나온다. 성상납, 술시중 접대를 받는 사람이 특히 문제다. 어려서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여성들에게는 윤리 교육을 더 강화해야 겠다. 하지만 권력의 맛에 빠져있는 소수의 연예 관계자에게 그런 도덕적인 자세를 기대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이 금전 만능주의 사상 때문이다. 일벌백계의 방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런 고리에 묶여들어간 젊은 당사자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출세를 위해서인지 생계를 위해서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행복의 가치가 무언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해해보길 바란다. 늦게 가더라도 건강한 삶을 살며 연예인의 길을 걸어가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정리=서병기·이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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