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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기자 2명의 북한군 억류 사건은 북ㆍ미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미묘한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발생한 사건을 북한이나 미국이 이틀 이상 숨겨왔다는 점, 여전히 정확한 내막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ㆍ미는 이미 뉴욕ㆍ베이징 채널 등을 통한 막후 해결 시도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사건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일단 ‘우발적 해프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억류 기자를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의 대북특사 조기 파견 가능성 등이 주목된다.
▶간첩 혐의 적용 땐 사태 복잡=우선 의문점으로 제기되는 것은 어떤 경위로 이들이 억류됐는지다. 또한 억류된 기자들에 대해 북한에서 어떤 혐의를 붙일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는 향후 진행될 북ㆍ미 간 협상 추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국경을 넘어서 체포된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해당 기자들이 우발적으로 국경을 넘었고, 이를 북한이 체포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외교당국자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본다. 억류 기자가 한 명은 중국계이고 다른 한 명은 한국계인데, 멀리서 보고 어떻게 미국인인지 알고 일부러 잡아왔겠느냐”고 말했다. 두만강은 강폭이 좁은 데다 큰 비가 내리면 경계가 흐려지는 등 북한과 중국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지역이다. 억류된 기자들의 취재를 도왔던 천기원 목사는 “해당 기자들이 지난 11일 탈북자 실태를 취재하고 촬영하고 싶다고 해서 자문해줬다”며 “취재하다 보니 의욕에 넘쳐 가이드라인을 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면 향후 북의 대응 태도가 중요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 사건이 모호한 만큼 북이 단순히 국경을 넘었다는 혐의를 붙일 수도 있고,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간첩 혐의를 붙일 수도 있다”며 “간첩 혐의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 특사 해결 가능성…대화 촉매역=북ㆍ미는 과거 미국인 억류나 무력 충돌 때 대부분 협상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해왔다. 한 대북 전문가는 “미국은 사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사건 직후 뉴욕 채널을 이미 가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현지시간 19일 공식적으로 억류 사실을 밝히고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북측과 대화를 할 것”이라며 북한과 다각적으로 접촉 중임을 밝혔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북ㆍ미 관계 전환을 위한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여기자들을 장기 억류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미국 내 여론의 악화 탓에 향후 핵ㆍ미사일 문제, 관계 정상화 등의 대북 현안을 풀어가는 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북ㆍ미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향후 북ㆍ미 관계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최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