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문건사태가 연예산업의 구조적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경찰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수사해 연예 권력을 남용하는 비윤리적 행위가 발견됐다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연예인은 토지와 같은 공공재는 아니지만 대중문화산업과 한류산업의 중추라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연예인-매니지먼트사-제작 관계자 등으로 이어지는 방송연예산업 체계를 바로잡아 불법과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매니지먼트사는 연예인이 소속사에서 월급을 받는 일본식과, 스타의 발굴과 관리(매니지먼트) 및 계약과 협상 업무(에이전트)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 미국식 양쪽 모두를 받아들여 여기에 우리의 방식까지 가미한 어정쩡한 형태다. 일본식은 일견 불합리한 것 같지만 신인도 월급(기본급)을 받기 때문에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인이 몸로비를 펼쳐야 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법에 명시된 공인에이전시법으로 대표되는 미국식은 매니저가 연예인의 일정과 재산 관리, 경력 관리를 위한 자문과 같은 연예인 관리 업무만을 담당하고, 에이전트는 연예인의 고용 기회 창출과 수익 사업구상, 기획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 일을 한다. 연예인 수익의 10%만 수수료로 받는 에이전시는 해당 주에서 라이선스를 받아서 활동하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계약에서 불법이 발견되면 죄질에 따라 자격박탈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한국은 이 모든 것을 매니지먼트사가 혼자 맡고 있다. 많은 업무가 집중돼 있는 만큼 사업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보장받기 힘들게 돼 있다. 국내 연예매니지먼트사는 연예인 양성 업무(아카데미)와, 연예인과의 계약 업무를 포함하는 매니지먼트 업무를 겸업할 뿐만 아니라 방송영상 제작업에까지 진출하는 등 대형화, 글로벌화하고 있다. 원래 외주제작사였던 회사는 산하에 매니지먼트 본부를 신설했고, 가수나 연기자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기획사는 방송 제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비대해진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의 교육생 또는 연습생 시절부터 계약을 하고 연예계 데뷔와 드라마에 출연시키는 모든 과정에 간여한다. 연예산업의 수직계열화와 집중 현상은 코스닥 등 주식시장이 부추긴 측면도 있다. 최근 방송제작산업에 위기가 닥치면서 제작사의 덩치 부풀리기는 잠시 주춤해진 듯하다. 하지만 업무가 집중돼 외형적인 덩치는 커진 데 비해 계약관행과 수익모델 등 소프트웨어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후진적 구조다. 2006년부터 미국과 일본의 매니지먼트제도를 연구해온 하윤금 박사(방송영상산업진흥원)는 한국 연예산업의 문제점으로 연예매니지먼트사 관련 법제의 부재, 노동자로서의 연예인에 대한 법적 장치의 미비,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속계약금 문제, 불합리한 수익분배 계약 등을 꼽았다. 그리고 미국식인 공인 에이전시제도의 도입으로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인 에이전시제도가 도입되면 기획사에도 전문인력이 유입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업무 성격이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와는 달리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매니저들을 전문화시킬 수도 있다. 업무 분산과 전문화가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는 매니지먼트업에 도입돼야 하며, 이 일은 제2의 장자연 사건을 막는 대책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