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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정거래, 검은머리 외국인, 월봉, BPS(주당순자산)…주식용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영화 ‘작전’은 주식을 소재로 한 영화다. 지난해 불었던 펀드 열풍으로 주식에 기웃거려보지 않은 이가 드물어진 2009년 대한민국에서 주식이라는 소재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다. 특히 금융불안과 전세계적 불황으로 주식이 반토막을 넘어 휴지조각이 된 현 상황은 영화 ‘작전’을 더욱 주목하게 한다. ‘작전’은 주식에 대해 잘 아는 이라면 그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이고, 경제상식이 전무한 이라도 상관없는 탄탄한 재미를 갖추고 있다. 이호재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는 충무로에서 일찌감치 재미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주식에 문외한이었던 이 감독은 2년 간의 취재과정을 거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본격적으로 취재를 하면서 그 안의 요지경 세상을 보게 되었다는 이 감독은 말투나 행동거지까지 리얼리티를 살린 풍부한 캐릭터로 무장하고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작전의 얼개는 간단하다. 주식을 하나 선정해 고의적으로 주가를 띄운 다음, 비싼 값에 팔아치우고 나가면 끝이다. 증권브로커, 상류층 자산관리사, 조폭 출신 사업가, 건설회사사장까지 포함된 드림팀이 이 작전에 성공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이런 죽이는 아이템으로 고작 600억 밖에 못하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그러나 이 쉬운 작전도 서로의 욕망이 엇갈리면서 뜻밖의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된다. 주식에 섣불리 투자했다가 신용불량자 신세까지 떨어졌던 개미 강현수(박용하 분)는 독학으로 실력을 갈고닦아 어느덧 주식고수가 됐다. 어느날 우연히 작전주 하나를 발견한 현수는 7000만원을 벌어들이고 증권사에 돈을 찾으러 간다. 그러나 때마침 증권사 창구에 앉았던 작전 브로커 조민형(김무열 분)과 맞닥뜨리고, 자신들의 작전을 엉망으로 만든 현수는 표적이 된다. 이에 현수는 울며겨자먹기로 그들의 새로운 600억 작전에 가담하게 되고 멤버들의 교차하는 욕망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된다. 같이 해서 나눠가지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이들은 앞에서는 한편인 듯 웃지만, 뒤에서는 치열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조폭 출신 기업가 황종구(박희순 분)와 엘리트 증권 브로커 조민형이 한 패를 이루고, 도박빚에 쫓기는 재벌2세 박창주(조덕현 분), 이해계산에 있어 누구보다 똑 떨어지는 자산관리사 유서연(김민정 분)도 뒤에서 술수를 쓰기는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주식 한 사람 있어? 배짱도 없는 놈들이 전문가라고 큰소리치네”라는 현수의 대사처럼 ‘작전’은 주식시장에서 쪽박찬 개미들에게 일말의 통쾌함을 제공한다. 날고 기는 작전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개미들의 신세에 대한 절절한 공감을 하는 이도 있겠다. 주식투자에 대한 교훈적인 결말을 내놓는 후반부가 다소 처지는 느낌도 있지만 ‘작전’은 캐릭터의 힘이 단단히 받치고 있는 영화다. ‘오션스 일레븐’ 한국영화 ‘범죄의 재구성’ 등 많은 인물들이 합심해 한탕을 노리는 영화라면 캐릭터의 매력이 영화를 끌어가는 큰 힘. ‘작전’에서 박희순과 김무열은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관객의 폭소까지 이끌어내는 박희순은 대사를 맛깔나게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해준다. 재미교포 펀드매니저 브라이언 최로 등장하는 김준성도 실제 미국유학파에 증권브로커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누구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 중심에서 튀지 않게 영화를 이끌어가는 박용하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노린 김민정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수위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청소년의 이해도, 모방범죄 가능성 등을 들어 ‘작전’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요즘 경제상황을 두고 눈치보는 것이 아니냐는 등 논란이 됐다. 하지만 심의를 재신청한 끝에 결국 15세 관람가로 관객과 만난다. 오연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