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뇌관은 ‘상업용 부동산’

숱한 악재를 거쳐 온 금융시장이 또 한 번의 지뢰밭을 밟게 된다면 그것은 ‘상업용 부동산’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실적 악화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뇌관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WSJ는 이날 도이체방크의 수치를 인용해 사무용 건물이나 호텔, 상점 등의 자산을 담보로 한 7000억달러 규모 대출의 연체율이 1.8%로 작년 9월의 배를 넘었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6%가 넘는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1000개에 육박하는 미국 은행과 저축대부업체를 도산시킨 1990년대 초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인 포사이트애널리틱스는 이번 위기 상황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대출에서 최소 250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이로 인해 700개 이상 은행이 도산할 것이라는 게 이 업체의 전망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신용카드나 학자금 대출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시장 규모와 파괴력을 지닌다. 시장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시장 규모는 6조5000억달러에 달하고 이 가운데 3조1000억달러는 대출인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의 자기자본(Tier 1)과 상업용 부동산대출 비율을 보면 1993년에는 상업용 부동산대출 규모가 자기자본의 5배를 넘는 은행과 저축대부업체가 2%에도 못 미쳤지만 작년 말에는 이 비율이 12%(800개)로 급증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상업용 부동산대출의 연체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 분야에는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생각됐지만 불과 7개월 만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만기 시 차환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의 추산에 따르면 2012년까지 상업용 모기지 중 약 1545억달러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차환 기준에 미달한다. 이 때문에 도이체방크는 7000억달러에 달하는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의 부도율이 30%에 달했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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