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미은행의 이사진 교체가 오랜 기간 한미은행의 이사로 재직해왔던 리차드 이 이사의 사임까지 이어지며 은행 이사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4개월여간 한미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교체되는 과정에 있다. 지난해 11월에 윤원로 당시 이사장을 비롯한 4명이 ‘은행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격 사임한 것을 시작으로 12월초 마크 메이슨 전 이사, 지난 1월말 로버트 에이블스 전 이사까지 이사진 교체가 계속되더니 이번엔 리차드 이 이사까지 이사직을 그만두는 결정을 내렸다. 그 사이 중앙은행장과 유니티은행장을 역임한 김선홍 이사, 연방통화감독청(OCC) 출신의 존 홀 이사 등 2명이 새로 합류했으며, 또다른 OCC 출신의 윌리엄 스톨티 내정자가 감독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내달 27일에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미의 현 이사진 가운데 지난해 주총에 이름을 올린 이사는 노광길 이사장, 안이준 이사, 이준형 이사 등 3명에 불과하다. 감독국은 지난해 3월 한미에 행정제재(MOU)를 내리며 이사진의 역량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리처드 이 이사는 한미은행 창립 이사인 고(故) 이청씨의 아들로, 지난해 12월31일 현재 한미의 지분 2.1%에 해당하는 주식 98만6920주를 보유한 3대 개인주주이다.
한인은행가에서 이 전 이사의 사임은 손성원 전 행장이 벌여놓은 문제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때 한인커뮤니티 대표은행을 자처했던 한미의 상황이 지금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손 전 행장의 무분별한 확장 전략이 꼽히는 상황에서 손 전 행장 영입을 주도했던 이 전 이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의 합류는 은행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미은행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 이사의 사임은) 이미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사항으로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손 전 행장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다 많은 일에서 다른 이사들과 협조가 원활치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이사의 사임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인은행들간 인수합병(M&A) 논의와 연관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 전 이사는 그간 한미가 다른 은행과 합쳐지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은행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묻고 보다 원활한 내부통제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