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매물 쌀때 공동구매 하자’

금융위기와 불경기로 급증하는 은행들의 부실 대출채권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크게 늘고 있다.
 
한인 은행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일부 전문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부실 대출채권 매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이를 위한 관계자들간의 협상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펀드 형식으로 자금을 모은 뒤 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낮은 가격에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것으로 오피스 빌딩, 샤핑몰 등의 일반적인 상업용 부동산(CRE)은 물론 주유소, 세차장, 골프장 등 부동산을 낀 사업체 매물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부동산 대출채권(Note)이나 은행이 소유권을 가진 부동산(REO)이 매매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트렌드는 은행으로선 부실로 판명돼 손실처리가 이뤄졌지만 장부에 남아있는 CRE 대출채권을 해결할 수 있고 투자자로서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거래의 특성이 최근의 경제상황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부터 몇몇 전문업체들을 중심으로 은행들이 거래를 해왔으며 최근에는 부동산 브로커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C한인은행의 한 대출담당자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매우 좋은 기회라 문의가 크게 늘어난게 사실”이라며 “매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REO같은 경우에는 금세 없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에 비해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일은 드문 편이다. 매물 가격에 대한 당사자간의 견해차가 커 거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데다 자금 출처나 실제 자금의 존재 여부조차 증명하지 못하는 사기성 짙은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매물 정보를 넘겨주면 투자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적정 가격을 제시하며 논의가 이뤄지게 되는데 믿을만한 논리나 근거도 없이 터무니없는 가격만 불러대는 바이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왔다는 브로커도 있는 등 찾아오겠다는 문의는 많지만 아예 펀딩조차 끝내지 않았거나 돈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에 대한 증명조차 하지 못하면서 대리인을 자처해 미팅을 하자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투자업체 벤처커머셜의 빅터 조 대표는 “경험많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펀딩을 끝마쳤으며 CPA의 사인을 받은 증빙서류를 통해 돈의 출처를 명확히 해 서로 오해 없도록 하고 있다”며 “가격 결정도 은행의 손실처리 규모나 매입 이후 나올 수 있는 리스크를 수치화해 반영하는 전문가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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