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가수 비결은 ‘균형미’

요즘 가요계는 ‘후크송’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노래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세는 후크송이다. 손담비의 ‘미쳤어’ ‘토요일 밤에’, 원더걸스의 ‘노바디’ 등이 연타석 히트를 날리면서 짧은 멜로디를 곡의 도입부부터 반복하는 후크송은 음원과 각종 순위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성모 임창정 김건모 휘성 서태지 백지영 등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데뷔한 ‘롱런 가수’의 잇단 성공은 그래서 더 기이해 보인다.
 
돌아온 조성모와 임창정은 각각 ‘행복했었다’ ‘오랜만이야’라는 발라드로 가요차트 상위권에 등재해 있고, 데뷔 20주년을 맞은 이은미는 중고 히트곡 ‘애인있어요’ 외에도 ‘헤어지는 중입니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곡하고, 가수에게 곡을 주는 옛 방식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종의 ‘균형 축’이라고 평한다.

후크송이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가사나 곡의 기승전결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기보다, 청각을 자극해 중독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가요계의 질적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후크송에 물린 팬들이 다른 종류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데,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바로 90년대 가수”라면서 “이들은 옛 방식으로 작업하면서도 현대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크송이 10, 20대 팬층을 집중 공략한다면, 롱런 가수는 팬층이 넓고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공감하기 쉽고 간결한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를 사용했다. 조성모는 타이틀곡 ‘행복했었다’에 대해 “단순하고 추상적인 가사지만, 그렇기 때문에 넓은 연령대에서 공감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해외 작곡가나 편곡자의 도움을 얻어 세계적인 경향에도 발맞췄다.
 
롱런 가수의 성공에 20대 후배 가수도 서정적 발라드나 정통 댄스곡을 선보이고 있다.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나 케이윌의 ‘눈물이 뚝뚝’은 짙은 서정성을 무기로 팬들을 공략했다. 20대 중에서도 음반 구매력을 갖춘 음악팬들을 잡기 위해 일회성이 아닌, 잘 다듬어진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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