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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굉장히 행복해요.” 강혜정(27)은 요즘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목하 열애 중인 에픽하이의 타블로 얘기가 나오자 입꼬리를 귀에 걸어둔 채 내릴 줄을 몰랐다. 사랑에 빠진 이 여배우는 일복도 많다. 지난 9일 개봉한 ‘우리집에 왜 왔니’ 전후로 ‘킬미’ ‘웨딩 팰리스’를 찍었고, 오는 5월부터는 하정우와 공연하는 ‘러브 픽션’ 촬영도 들어간다. “가끔 샐러리맨의 안정감이 부럽기도 해요. 배우 일이라는 게 4대 보험도 안되잖아요? 불안정하죠. 하지만 자유와 바꾸고 싶진 않아요. 또 지금은 약속된 작품이 계속되니까 다른 생각할 틈이 없죠.” ‘우리집에 왜 왔니’(감독 황수아)의 흥행성적이 썩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개봉 2주차 주말인 19일까지 20만여명이 봤다. 2005년 ‘연애의 목적’과 ‘웰컴투동막골’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이후 ‘도마뱀’ ‘허브’도 생각만큼 관객이 호응해주지 않았다. “스태프와 제작진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 영화만큼만 평가받았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래도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흥행은 아쉽지만, 강혜정의 연속되는 출연작은 그녀의 독보적인 매력을 발견해가고 있다. 스스로도 때로 한 걸음씩, 때로 한 뼘씩 여전히 진보하는 배우임을 증명해가고 있다.
‘우리집에 왜 왔니’에서 강혜정은 자신을 외면한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품을 나눠줬던 연하의 남자(승리)를 스토킹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시골서 상대를 찾아 상경한 뒤 남자가 사는 곳의 건넛집에 무작정 진을 치고 남자를 감시한다. 의문의 여인에게 침입당한 집주인 박희순은 영문 모르고 온 몸을 묶힌 채 감금당한다. 박희순 또한 마음의 상처로 세상과 인연을 끊으려 했던 남자다. 두 남녀가 예기치 않은 만남 속에서 서로를 치유해간다는 이야기가 영화 속에 담겼다. 강혜정은 부스스한 머리에 남루한 행색의 노숙자 모습을 하고 엉뚱한 해프닝을 펼친다. 황수아 감독은 강혜정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남모를 사연과 비밀을 가진 ’4차원’ 캐릭터. 실제의 강혜정 역시 열어도 열어도 또 다른 상자가 나오는 ‘차이니즈 박스’ 같다. “1남3녀 중 셋째로 자랐어요. 부모님 사랑은 오빠와 동생들이 차지하고 저는 칭찬과 관심받으려고 무지 애썼죠. 그러다보니 쉽게 좌절하지 않고 희망과 긍정의 정신으로 낙천적인 기운이 몸에 뱄어요.” 연예계 데뷔 12년차. 벼락 같은 인기도 있었고 부진도 겪었으며, 이런저런 일로 인터넷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강혜정은 “많은 경험이 배우로서 성숙하게 하고, 연기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가장 먼저 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깨우쳐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강혜정은 여느 청춘처럼 예쁘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 “진중하고 좋은 사람” “오랜 알아온 듯한 사람” “너무 내 옆에 있어서 다른 일은 망각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연인을 표현했다. 지난해말 첫 만남 때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를 화제에 올리면서 ‘말이 통한다 싶었던’ 감정이 운명 같은 사랑으로 발전했다. 다음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가 한 뼘만큼 혹은 한 걸음만큼 넓어지고 깊어졌다면 아마도 그 몫은 ‘연애’에 돌려야 하지 않을까.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