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씨표류기’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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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에 도착했을 때, 종일 인터뷰에 바쁘던 배우 정재영과 영화사 관계자들은 잠시 짬을 내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조명이 어두운 바(bar)는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의 실루엣만 겨우 보일 뿐,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누군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정재영이었다.
 
큰 키에 약간 마른 몸매의 정재영은 으레 연예인에게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특별한 스타성이 없었다. 대신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오고 어떤 곳에서건 자연스레 어울리는 ‘배우(俳優)’가 있었다. 특별한 부류가 아닌, 그저 우리네의 한 모습인 ‘넉넉한 익살꾼’ 그가 정재영이었다.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남자 김씨가 정재영과 오버랩되고, 어느 순간 김씨와 정재영이 하나로 보이는 것은 그의 이런 평소 모습 때문일 게다.
 
회사에서 잘리고, 사채빚에 시달리고, 여자친구에게까지 실연당해 삶의 절벽에 매달린 30대 남성이 영화 속이 아닌 내 주위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이 생각되는 이유는 정재영이 관객들과 그닥 다르지 않은 사람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정재영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김씨 표류기’는 인간 정재영에게 잘 맞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두려웠죠. 연기라는 것이 나하고 딱 맞아도 평상시 나처럼 연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상황에 맞도록, ‘나’이면서 또 ‘나’처럼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잘해야 해요. 그래서 가장 편했지만, 가장 하기 힘들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김씨 표류기’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밤섬에 떨어져 원시생활을 하게 된 남자 김씨와 3년째 방안에서만 생활하는 여자 김씨가 소통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는 드라마다.
 
현재의 경제난과 비교돼 자칫 진지해질 수 있는 이 영화가 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다가올 수 있는 데는 온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한 배우들의 공이 크다. 그러나 정재영은 이 영화가 재밌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세상과 더불어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은 밤섬 같은 자신만의 공간이 있기를 바라잖아요. 그 방이 너무 크면 문제가 되지만 잠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방이 필요한 게 현 시대이기 때문에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정재영은 올해 불혹(不惑)을 맞았다. 20대에는 ‘어떻게’에 열광했고, 30대는 ‘왜’를 쫓으며 연기했던 그다. 하지만 40대의 그는 요즘 나태해질까봐 두렵다.
 
“‘매너리즘’을 가장 경계해야 해요. 동료 배우들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죠. 영화 ‘공공의 적1-1′에서 함께했던 이민호가 ‘꽃보다 남자’에서 보여준 연기를 통해서도 배우는 게 많아요.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였거든요.”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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