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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게 뛰어왔다. 헉헉대며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 뒤도 못 돌아보고 뛰어오는 사이에 산과 들엔 야생화가 피고 산나물이 돋았다. 지난 겨울을 떨쳐버린 만물이 생동하는 봄, 느긋하게 걸어보자. 앞만 보고 달리느라 차올랐던 숨도 조금씩 다스리면서 긴 호흡으로 흙내음, 꽃내음도 맡아보자. 햇빛에서 2주일 이상 말려가며 천천히 결정체를 만들어낸 천일염을 보면서 모든 것을 ‘빨리 빨리’ 해내려는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대지에서 전해오는 생명력을 느끼며 가족과 함께 산과 들을 걷노라면 마음도 평온해지고 몸에서는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서 알아볼까? 전남 신안군 증도 = ‘슬로시티’(Slow city)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 중북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Slow’는 단순히’Fast’의 반대가 아니라 환경, 자연, 시간, 계절을 존중하고 우리 자신을 존중하며 느긋하게 사는 것을 뜻한다. 2007년, 아시아에선 최초로 ‘증도’가 재래식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과 자전거를 이용한 친환경 교통시스템을 통해 슬로시티로 인정받았다. 증도에 들어가면 우선 국내 처음으로 바다위에 건설한 다리인 짱뚱어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철재와 목재로 만들어진 길이 470m의 짱뚱어 다리는 다리 위에서 짱뚱어, 칠게, 농게 등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밀물이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느낌이 들어 영화 속 주인공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우전해수욕장이다. 넓은 백사장이 4㎞에 걸쳐 펼쳐져 있다. 해변을 거닐며 연인끼리, 가족끼리 짱뚱어 다리와 우전 해변까지 걷는데는 약 2시간 가량이 걸린다.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한 태평염전도 가볼 만 하다. 462만8120m²(140만평) 규모의 태평염전은 한국 천일염의 6%인 연간 1만 6000톤의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다. 전통방식의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자연과 시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자. 직접 긁어모은 소금을 나눠주는 봉투에 담아갈 수 있다. 당일 치기로 다녀오기에 충분하다. (문의: 다음레저 02)725-2005)
▶사람이 없는 자연을 찾아서 강원도 양구 두타연 = 사람은 자연을 훼손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오래 닿지 않은 곳에선 자연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드러내며 사람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50여년간 통제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민통선 내 두타연이 그렇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연못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가 생겼다. 수입천을 따라 4㎞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민통선 내부지역이기 때문에 군 부대에서 병사들이 보호해준다. 평화와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기고 안보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4㎞의 트래킹 코스 내내 주변 정경은 원시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식물들의 호흡이 짙다. 식물들이 내뿜는 신선한 산소 속에서 길게 호흡을 하다보면 사람이 얼마나 자연과 환경을 훼손하며 살아왔는지 문득 반성하게 된다. 불과 5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사람의 흔적을 지워낸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과 복원력에 놀라게 된다. 트래킹이 끝나면 군부대에 찾아가 병영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반인은 쉽게 들어 갈수 없는 군 부대내에서 탱크와 함께 사진을 찍고 군인들과 함께 군대밥도 먹어 볼수 있다. 집을 떠나 고생하면서도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있는 군인들에게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한 때다. 아쉽게도 투어는 모두에게 열려있진 않다. 투어에 참가할 경우 DMZ 인근 민통선 출입 절차를 밟기 위해 군 당국에 명단을 통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출발 3일전까지 접수를 한 사람들만 민통선 트래킹 코스에 참가할 수 있다. 당일 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좋은 자연 산책코스로 문화관광부의 추천 여행코스다(문의 : 승우여행사 02)720-8311)
▶한강, 그 시작은 어디일까? 강원도 태백 검룡소 = 늘 한강을 보지만 그 발원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강의 발원지는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검룡소라는 연못이다. 그 끝은 우리의 젖줄 한강이지만 시작은 둘레 약 20m의 크지 않은 연못이다. 검룡소 부근에는 대덕산 야생화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대덕산 야생화 산상화원은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곳. 대덕산은 국내 최고의 야생화 답사지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의 특산식물 15종과 희귀식물 16종이 자생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1993년에는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태백시 창죽에서 시작, 분주골과 분주령을 넘어 천상의 화원 대덕산에 도착한다. 이후 한강의 발원지로 유명한 검룡소까지 길을 따라 펼쳐진 야생화 사이를 걷다 보면 사방에서 풍겨오는 꽃내음에 숨을 깊이 마시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5월 초순에서 7월 중순 사이가 야생화가 가장 만발하는 시기다. 모든 코스를 걷는데에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산지를 걷는 것 같지 않은 평탄한 길이 계속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코스를 걷다 시장기가 돌면 입맛을 돋우는 강원도의 별미 곤드레나물밥으로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문의 : 승우여행사 02) 720-8311 김재현 기자
근처 가볼만한 곳
▶소금박물관=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소금박물관이 있다. 2007년, 50여년간 소금창고로 사용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429.75m²(130평)규모의 소금박물관에서는경제사, 기술사, 사회사는 물론 예술과 신화를 넘나들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소금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소금조각, 천일염으로 만든 자막에 첨단 영상기법을 접목시킨 영상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설명들이 눈에 쏙 들어온다.
▶정암사=강원도 태백에는 정암사가 있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정암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국내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일주문 앞으로 흐르는 냇물은 1급수에서만사는 열목어가 살 정도로 깨끗하다.
▶용연동굴=태백 금대봉 능선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생긴 천연동굴인 ‘용연동굴’이 있다. 길이 920m의 용연동굴은 석순과 종유석 등이 어우러져 신비한 경관을 연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