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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식품의 대명사인 우유라 할지라도 어떤 이들에겐 배앓이의 원인이 된다. 만인의 기호식품 커피도 몸에 안 받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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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에 안받는 건강·기호식품 증세
만인이 즐기는 기호식품, 건강식품이라도 자신에겐 그림의 떡이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음식의 특정 성분에 민감한 반응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잘 먹고 나서도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기도 한다. 완전식품의 대명사인 우유에는 필수아미노산과 여러 가지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의외로 소화를 못 시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인류 3분의 1 이상이 즐긴다는 커피의 경우도 어떤 이들에겐 독한 술을 마시는 것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어째서 그런 걸까.
▶먹자니 배앓이, 안 먹자니 너무 아까운 건강식품=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은 ‘유당불내증’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우유를 많이 마시면 배앓이를 하게 되고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이영비 교수는 “어렸을 때는 우유를 잘 마시다가도 나이가 들며 후천적으로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우유가 안 받는 사람은 대신 두유나 유산균에 유당분해 효소가 든 요구르트, 저지방우유 등 혼합가공유제품을 섭취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어도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몸 밖에서 들어오는 단백질 항원 등이 과민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달걀 흰자, 밀가루, 메밀, 땅콩 등 견과류, 새우 등 갑각류 등도 그 같은 식품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물질)이다. 전문의들은 이런 유의 음식은 돌 전 아기에게는 먹이지 않도록 권고한다. 대개 3세 이후에는 별 문제가 없다. 평소 우유가 잘 받는다는 사람도 일시적으로 소화를 못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영비 교수는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가 소장 끝부분 융모에 손상을 입힌 경우 여기서 나오던 유당분해효소인 락타아제의 분비가 충분치 않아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옻나무나 옻 진액을 사용해 만든 ‘옻닭’도 항암 효과가 있는 우루시올 등 옻의 좋은 성분을 섭취할 수 있고 맛도 뛰어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두드러기 등 증상을 줄여주는 항히스타민제 알약을 먼저 먹어두기도 한다. 이영비 교수는 “대개는 설사나 두드러기 정도로 지나가지만 드문 경우 심하면 입술, 혀, 인두, 후두 등 몸의 점막이 붓는 맥관부종으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커피, 짬뽕 국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진다고?=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진다는 사람이 있다. 두통, 떨림, 구토,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커피 속에 든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각성 효과가 있는데, 이들은 간에 카페인을 분해하는 마이크로좀 효소가 부족하거나 카페인 성분 자체에 유달리 예민한 까닭이다.
이들은 소량의 카페인에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한 증상이 나타나며 길게는 하루 종일 지속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도 커피를 지속적으로 마시게 되면 몸속 분해효소가 점차 증가해 이런 증상을 느끼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란병원 소화기내과 장준희 과장은 “굳이 부작용이나 사회적인 불편함을 참아가면서 ‘커피 마시는 능력’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박카스로 대표되는 자양강장음료나 콜라, 코코아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역시 카페인이 소량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에 맥을 못추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매운 낚지볶음을 먹을 때 냉수를 몇 잔이고 들이켜지만 혀와 식도, 입에서 불이 나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매운 맛에 대한 반응에도 개인 차가 있는 것이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매운 맛은 일반적인 맛을 느끼게 하는 혀의 미각세포가 아닌 통각세포로 전달되는데, 개인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역치(반응을 일으키는 자극 수위)가 낮은 사람은 소량의 매운 맛에도 불쾌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매운 음식에 고생했거나 하면 나중에도 거부감이 생기는 등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 애용되는 초콜릿 등 단 음식도 어떤 이에겐 ‘골치 아픈’ 존재다. 초콜릿 안에 든 페닐에틸아민이란 성분이 뇌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아질산염이 들어 있는 베이컨과 햄, 타이라민이 함유된 치즈나 적포도주에 편두통을 일으키는 이들도 있다. 조용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