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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승 한미은행장이 LA한인타운내 위치한 은행 본점 의 집무실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은 소감과 자신의 목표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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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라운지
경영진의 총체적인 부재 속에 어려움이 가중되던 한미은행에 유재승 행장이 취임한 것이 지난해 6월말. 취임한지 1개월도 안돼 인디맥뱅크가 폐쇄되며 금융위기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뒤이어 9월 리먼브라더스까지 무너지며 자산건전성, 유동성, 자본비율 등의 심각한 이슈들이 미국내 모든 금융기관을 강하게 흔들었다. 한인커뮤니티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과도한 성장전략의 후폭풍으로 대출손실이 크게 늘기 시작했고 지난해 가을과 올 초 등 2차례에 걸친 환율 광풍으로 수억달러의 예금이 한국으로 떠났다. 취임 1주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나 4~5년치 일은 한 것 같다”고 대답하는 유 행장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면 과장일까.
유 행장이 자신의 지난 1년을 복기하기 시작하자 한인커뮤니티의 대표은행을 자처하는 한미가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대출 연체만 잘 정리하면 안정을 찾을거라는 취임 전 생각이 너무 안이했다”는 유 행장은 “이렇게 힘들어질 줄 알았으면 (한미에) 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며 웃고 넘겼지만 사실 지난 1년간의 한미는 그 어느 한인은행보다 크고도 격렬한 변화를 맞았다. 그 첫번째가 바로 조직개편이었다. 지난해 가을 한인은행가를 강타한 한미은행의 대규모 조직개편은 “한미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내부통제 구조를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유 행장은 “당시 한미는 외형적인 규모에 비해 시스템이 너무 비효율적이라 많이 놀랐던게 사실”이라며 “아픔도 많았지만 이제는 조직다운 조직 구조를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평가했다.
존 박 CCO와 같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석이 난 자리가 내부승진으로 채워진 점도 유 행장 취임 이후 달라진 점이다. “지난 수년간 은행가에서 경쟁적으로 인재를 빼가는 일이 계속되서인지 직원들이 조직에 충성심을 보이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한 그는 “인재를 자체적으로 키우고 양성해 직원들에게 스스로를 성장시킬 기회를 주고 싶다”며 내부발탁의 의지를 설명했다. 유 행장은 지난해 가을 윤원로 당시 이사장을 비롯한 4명 원로이사들의 용퇴를 변화에 대한 한미의 의지가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부분으로 꼽았다. 감독 당국의 행정제재(MOU) 탓도 없지 않겠지만 은행이 급박한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쇄신의지를 보인 것이 바로 20년 이상 한미를 지켜온 지분이사들의 퇴진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는 전문성을 갖추게 됐고 경영진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갖게 됐다. 이후 한미 이사회는 지분의 절반 이상, 다시말해 경영의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는 대규모 증자에 적극 나섰지만 결실을 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 1월부터 미국의 여러 투자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보였지만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대외적인 상황이 급격히 변하자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인커뮤니티 내에서의 증자도 검토했지만 원하는 액수만큼의 증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였다. 유 행장은 “한인은행간의 M&A에서는 상호간의 불신이 가장 큰 벽이라고 본다. 가격에 대한 인식차이에서부터 대출에 이르기까지 한인은행들끼리 가진 불신의 벽은 한쪽이 어쩔수 없는 입장이 되지 않는한 시기에 관계없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구제금융(TARP) 승인 지연으로 각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조용히 일을 추진해 온 한미는 결국 리딩투자증권의 증자 참여를 이끌어 내며 자본금 이슈 해결에 파란불을 켰다. 유 행장은 “연초만 해도 어려웠던 한국쪽 분위기가 환율 안정 이후 급속히 풀려 속도감 있게 일이 진행됐으니 운도 좋았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구조조정 직후였던 지난해 9월초 인터뷰에서 “은행 경영 정상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한미맨으로서의 자긍심을 되찾아주고 싶다”던 목표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유 행장은 서슴없이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말했다. “아직은 실적이나 주가 모두 이전에 비해 자랑스러울 부분이 없지 않나”하고 되물은 그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고 한미에서 근무하는 것에 개인적인 사명감을 느낀다. 초심을 잃지 않고 힘을 다해 근본적인 변화를 통한 은행의 체질 개선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