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한식세계화 사업의 추진방향에 대해 LA지역 한인 요식업주들의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식세계화 사업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4일(한국시간) 해외 한식당 인테리어 표준화를 위한 모델을 오는 10월 15일 열리는 코리아 푸드 엑스포 행사에서 공개한다고 발표, 국내외 한식업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식당이 위치한 LA지역 한인 요식업주들은 한국정부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황당무계한 발상”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LA한인타운의 대표적인 고급한식당으로 자리잡고 있는 ‘소향’의 신디 조 사장은 25일 “업체마다 메뉴 뿐 아니라 지역과 주요 타겟 인종 등을 고려해 업소의 내외부 인테리어를 다양하게 꾸미면서 차별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규격화한다는 것은 해외 한식당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식당의 업주 이모씨는 “업소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내고 메뉴마다 고유한 맛을 자랑하는 한식을 패스트푸드 체인화하려는 모양”이라며 “1960~1970년대 개발 독재시대에도 나오지 않던 발상이 21세기 첨단 선진화 시대에 등장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식 관련 동포들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지난 6월 LA에서 해외 한식당 인증제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가 망신을 샀던 일과 이번 발상을 동일선상에 놓고 개탄하고 있다. 당시 LA지역 관련 업주들은 현실성 없는 제도라는 점을 신랄하게 지적, 결국 당초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지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려던 인증제는 LA에서 일단 보류됐다. 아울러 최근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해외 한식당 신규 개설 업주들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약 45만달러)까지 연 4%의 이율로 대출해주겠다는 지원책도 아직 한국내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돼 실제 해외에 진출한 요식업주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주무 부처간 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어 한국 정부 차원에서 한식 세계화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가주 한인 요식업계는 단순 해외 시찰을 통해 일회성 정보 수집이 아닌 해외 각 지역에서 활동중인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 기구를 마련해 정책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부와 함께 이 사업을 추진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생활 양식의 기본인 음식을 알리는 사업은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문화적인 이해와 융화가 기본이 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식자재 등 농수산물 수출 실적과 결부해 추진되다보니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삐그덕거리는 한식세계화 사업 방향의 근본 문제를 수긍하고 있다. 한인 요식업 협회 이기영 회장은 “이미 수십년동안 해외 한식당 업주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반적인 제도 뿐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책과 종합적인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