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코스닥시장은 한상기업들의 귀환에 주목한다. 이들 한상기업은 생면부지 타향에서 ‘맨주먹’으로 희망을 쐈다. 새해를 맞아 4일부터 19일까지 헤럴드경제 ‘한인기업 코스닥 상장 러쉬’ 시리즈에 소개된 5개 미국 한상기업의 성공담을 들어봤다.
▶’젊어 고생’이 성공의 토대=1974년에 이민 온 최정범(48) IL크리에이션 사장은 한국에서 공연기획사와 여행사를 세웠지만 ‘IMF 위기’로 망했다. 그는 미국에서 재기의 기회를 찾던 중 중학생 시절 뉴욕청과상의 한국인들이 야채ㆍ과일을 팔다가 신선도가 떨어지면 샐러드로 조리해 무게를 달아 팔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거다’ 싶었다. 1999년 설립한 IL크리에이션은 구내식당 운영에 ‘무게단위 뷔페시스템’을 도입해 백악관을 비롯한 워싱턴의 연방정부를 차례로 장악하고 있다. 김진수(53) 이미지솔루션 사장은 원래 교수가 되고 싶었다. 김 사장은 삼척공고 졸업 후 한국전력에 입사, 야간대를 다니며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연수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가족을 건사하려니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30살이 넘어 미국 ‘문서 스캔’ 중소기업에 연봉 2만5000달러의 말단사원으로 취직해 1992년 독립했다. 김 사장은 이미지솔루션을 신약 특허신청 전자서류 분야에서 미국내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기업으로 키웠다. 제이 윤(43) 유나이티드머천트서비스 사장은 유학생 시절인 1990년대 초반 미국 카드 프로세싱(결제처리) 시장의 성장을 눈여겨봤다. 1994년 부모의 허락 하에 한 학기 등록금을 종잣돈으로 사업에 투입했다. 그때의 결단으로 유나이티드머천트서비스는 현재 미 전역에 10개 지사와 150여개 지점망을 보유한 매출 5700만달러(680억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역시 카드 프로세싱 기업으로 LA에 본사를 둔 뱅크카드서비스의 패트릭 홍(48) 사장은 1991년 ‘LA 흑인폭동’과 1994년 ‘LA 대지진’이라는 두 번의 큰 사업위기를 겪었다. 페인트공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한 홍 사장은 ‘헝그리정신’으로 잠을 줄여가며 발로 뛰어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해 뱅크카드서비스는 LA 소재 기업 중 가장 빠른 성장을 하는 100대 기업으로 꼽혔다. 에리카 정(54) 3LAB 부회장은 동국방직 뉴욕지사장 출신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화장품업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3LAB을 ‘명품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돈보다 회사가치 보존이 중요=한상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돈보다는 자신이 일군 회사의 가치가 오랫동안 보존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진수 이미지솔루션 사장과 제이 윤 유나이티드머천트서비스 사장은 각각 올해와 내년 코스닥 상장을 통해 모국에서 주주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이익의 10%를 기부하고 있고 상장 후에도 이 같은 원칙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최정범 IL크리에이션 사장은 10년 후쯤 은퇴해 선교사로 봉사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최 사장은 은퇴 전까지 회사를 성장시키는 한편 기업공개, 투자유치 등을 통해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LA·뉴욕·뉴저지=이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