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당국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제소당하면서 “도덕적 파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골드만삭스가 1분기에도 금빛 실적을 냈다. 골드만삭스는 20일 전년 대비 무려 91% 급증한 34억6000만달러(주당 5.59달러)의 순익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도 지난해 1분기의 110억7000만달러에서 127억8000만달러로 38%나 증가했다. 채권 및 외환상품거래사업 부문이 전분기(2009년 4분기)보다 86%나 신장한 73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게 큰 역할을 했다. 이 밖에 주식거래사업 부문은 23억5000만달러, 투자은행사업 부문은 11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채권 및 와환상품거래사업 부문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부이자 바로 이번에 사기 혐의로 피소된 부채담보부증권(CDO) 상품을 담당하는 곳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주 말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7년 CDO 상품을 판매하면서 사전에 이 상품의 하락에 베팅한 폴슨&코 헤지펀드와 상품을 설계해놓고도 투자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한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폴슨&코는 이 거래로 10억달러를 챙겼고, 이런 사실을 모르고 구매한 영국의 로열스코틀랜드은행과 독일의 IKB, 네덜란드의 ABN암로 등은 10억달러를 날렸다. 영국과 독일 정부도 골드만삭스의 사기 혐의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 SEC는 골드만삭스와 벌금 협의 없이 곧장 제소 처리해 사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날 아침 실적발표에서 골드만삭스는 이례적으로 총괄고문 등 고위층까지 참석해 쏟아지는 사기 혐의 질문에 대해 절대 고객을 오도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날 골드만삭스 주식은 이런 블록버스터 수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0.43% 하락해 투자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반증했다.한술 더 떠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이런 호실적으로 이번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54억9000만달러를 직원 급여와 보너스로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순매출의 43%에 달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광범위한 경영환경을 인식한 것”이라며 과거보나 낮은 수준의 보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살아나고도 돈잔치를 벌이는 월가 금융사의 탐욕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골드만삭스 경영진에게는 여전히 멀기만 한 셈이다.뉴욕타임스는 이번 기소에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버티는 골드만삭스가 최악의 경우 물어내야 할 배상금은 이 회사 수준에서는 대단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객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사훈 아래 141년간 세계 최고의 금융사로 군림했던 골드만삭스의 황금빛 명성은 이제 퇴색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