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13년전 손벌렸던 IMF에 호통

ⓒ2010 Koreaheraldbiz.com

1997년 2월 이미 한국 은행들의 사태는 심각했다.  해외에서 더 이상 달러를 빌릴 수 없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빌려서 도와줘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더 이상 불가능해지자 결국 정부는 11월 21일 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는 이날 대외채무를 갚지 못해 발생할 국가부도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가혹한 경제개혁 요구들을 받아들이는 조건하에 IMF 구제금융을 수용한다는 발표를 했다. 
 
당시 윤증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에겐 일생 중 가장 굴욕적인 날이었다. 그리고 그를 비롯한 많은 관료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윤 실장 역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유배와 같은 길을 떠났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10년 4월 22일.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를 만나 “IMF는 한국인에게 준 고통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그의 말은  워싱턴을 쩌쩡쩌렁 울렸다. 
 
그는 “캉드시 총재 당시 IMF는 일방적인 룰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초긴축정책을 취해 한국 국민이 많이 어려웠다”면서 “외환위기 당시 IMF의 가혹한 통치로 우리나라에서는 IMF에서 돈을 빌리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으며, 전 세계에도 그런 인식이 있다”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IMF는 어리석은 집단이라고  말했는데, 나도 앞으로 IMF 운영을 잘하라는 의미에서 이런 충고를 드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IMF가 과거 한국에 대해 잘못된 정책을 강요해 큰  고통을 안겨줬으며, 치열한 반성 없이는 회원국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 수 훈수하는 모양새였다. 불과 10여년 전에 구제금융 지원 대상국으로 전락해 IMF의 일방적인 지시를 수용해야만 했던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되면서 IMF 총재 면전에서 과거의 잘못을 따질 수 있을 정도로 국격이 상승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칸 총재는 오는 7월 우리나라 정부와 IMF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다. 윤 장관의 훈수에 별다른 대답 없이 웃음으로 받아넘긴 칸 총재는 아마도 이런 대답을 할지 모르겠다. “당시 정책은 타당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인정한다.”

김형곤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