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소형은행에게 배워라”

신용이 낮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는 그라민 은행 설립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에 대해 ‘비영리 무담보 소액대출 은행’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유누스는 17일 뉴욕 맨해튼에 그라민 은행 지점을 오픈하는 자리에서 그라민 아메리카는 대출 회수율이 99% 이상에 달하는 등 날로 번성하고 있으나 월가 대형은행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파산 을 모면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1월 뉴욕에 퀸스 지점을 연 그라민 아메리카는 뉴욕의 맨해튼과 브루클린 지점, 네브래스카의 오마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D.C.에도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그라민 아메리카는 지금까지 빈곤선 아래 살고 있는 2천800명에게 600만달러 이상을 담보없이 대출해줬다. 1인당 첫 대출금은 최대 1천500달러이며, 이자는 15%로 고리 대부업체에 비하면 매우 낮다. 대출자들은 주로 여성들로, 빌린 돈을 작은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는 데 사용한다.
 
그라민 은행 총재이기도 한 유누스는 “뉴욕은 세계 은행업의 수도(capital)이다. 대형은행들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은행업을 하지만 이웃들을 상대하진 않는다”며 “이웃들과 거래하는 게 아무 잘못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 우리가 여기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유누스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바위처럼 변치 않는 것”이라면서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녹아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은행시스템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설 맨해튼 지점에서만 벌써 325명이 대출해갔는데 반응은 아주 좋다.
 
유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은행업시스템이 “특권층만을 위한 배타적 제도가 아닌 (가난한 사람까지도) 포용하는 제도가 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그것을 이룰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담보가 없다고 해서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 담보가 있다고 해서 늘 강한 것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배우고 가르쳐야 할 교훈”이라고 역설했다. 월가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수천명이 실직하게 된 사태의 주범으로 비난받은 바 있지만 ‘빈자(貧者)들의 은행가’로 불리는 유누스는 이날 맨해튼 개점식 참석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심지어 엄마 손을 잡고 따라나온 아이들은 노래까지 불렀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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