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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 윌셔거리에서 26일 한미은행 본점이 위치한 건물을 배경으로 인근 교통신호등이 청신호를 켜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대규모 증자를 이루게 된 데 따라 앞날의 행보를 예고하는 듯하다. 최승환기자 ⓒ2010 Koreaheraldbiz.com | |
역시 그랬다. 투자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은 끝장날 수 있는 상황. 살아야 가치 있는 기득권을 고집하다 죽어버리는 어리석음을 한미뱅콥 이사진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한미은행의 지주회사인 한미뱅콥(이하 한미)의 노광길 이사장은 26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7명 이사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기로 하고 경영권을 넘겨주는 문제까지 결정하도록 이사장인 내게 많은 권한을 위임했었다”라며 “이사진의 기득권 포기 결심이 우리금융과 2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주식매매계약서를 체결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라고 밝혔다. (관련 인터뷰 A2면) 한미가 회생하려면 적어도 1억달러 이상의 증자가 필요시됐던 1년여 전부터 우리금융 외에도 한국의 대형금융그룹들은 거의 모두 직간접적으로 인수를 전제로한 투자의사를 타진했다. 당시만해도 주당 인수가격은 이번에 체결한 우리금융측에 제공한 1.20달러보다 2~3배나 높았다. 번번이 협의와 협상이 무산된 것은 바로 한미의 경영권만은 지키겠다는 이사진의 기득권 고수 자세 때문이었다. 한국 금융권의 인수제안이 거듭 철회되면서 한미는 급기야 감독국의 서슬퍼런 증자압력에 목이 조여드는 순간을 거의 날마다 겪어야 했다. 은행의 신인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27년동안 한인은행 부동의 1위라는 명성은 순식간에 3위로 주저 앉았다. 지난해 12월 사모펀드인 한국 리딩투자증권이 주도하는 증자참여가 감독당국으로부터 부정적인 시그널로 감지되자 노광길 이사장은 이사진과 결단을 내려야 했다. “27년 동안 1등 은행으로서 동포사회에 공헌을 많이 해왔는데 갑자기 3등이 되고 자칫하면 문을 닫게 된다고 생각하니 여간 슬프지 않았다”라고 돌이키는 노 이사장은 “절대로 문은 안닫는다,지킨다, 살아남아서 다시 1등 은행으로 만들자고 이사진을 설득하고 협의했다. 주인 자리를 내주는 게 섭섭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경쟁 한인은행들과도 인수합병 협상을 안했던 게 아니었지만 번번이 서로간에 이사진 구성 문제와 심지어 은행 이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각자의 자존심이 부딪히는 사안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했던 것도 한미 이사진의 결단에 반면교사가 됐다. 노 이사장은 “미래은행 이사진이 기득권 지키려다 어떻게 됐던가를 곱씹었다”고 상기한다.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일. 결코 새롭지는 않지만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그 결단을 한미 이사진이 해낸 것이다. 황덕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