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들어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임에 따라 한인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커다란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남가주지역 한인은행들은 이 난국을 이겨내기 위해 지난해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손실처리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은행권이 가장 바랬던 것은 바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돼 대출자들이 상환, 즉 페이먼트를 잘 해주기를 기대했다. 올 1분기에 각종 경기지표가 호전세를 나타내자 한인은행들은 문제성 대출을 과감히 정리했고 대다수 고객들의 대출 상환이 원활하게 유지되는 한편 신규 대출도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가졌다. 실제로 남가주지역 12개 한인은행들의 손실규모는 올 1분기에 총 4898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3분기 1억4706만달러, 4분기 2억560만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든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난 2분기의 손실규모가 6125만달러로 1분기보다 커졌음에도 대손충당금 추가액을 적게 쌓은 것과 일부에선 직원수를 늘린 점을 감안할 때 한인금융권은 경기 회복의 조짐을 느끼고 향후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하반기 접어들자 각종 경제지표들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악화된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 더블딥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연방준비제도(Fed) 마저도 현재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상당히 느리다고 인정하는 등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타운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한인은행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타운경제는 올초 반짝한 뒤 다시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특수도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등 꽉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타운내 한인업주들의 일관된 하소연이다. 아울러 타운경제의 한축을 맡고 있는 LA다운타운 의류업계도 6월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중반까지만 해도 회복 조짐을 느낄 수 있었으나 이후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면서 “상반기에는 어렵지만 근근히 페이먼트를 이어가던 업체들이 최근에는 아예 페이먼트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최고경영진은 “올 1분기만해도 조금만 더 버티면 하반기에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에 비해 좋아질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성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