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실적부진 언제까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위기의 진원지인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영 시원찮은 사업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올해 전반적인 경기가 부진한데다 주식거래 마저 줄면서 대형 투자은행을 포함한 월가의 영업실적이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 이후 상업은행들을 포함한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적자에서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식 거래나 기업공개 등 실적을 보면 이들의 영업 성적표는 직원들이 희망하는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거래량도 대폭 줄면서 이윤이 제대로 나올지 우려되는 수준이다.
 
2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찌감치 예견했던 메레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올들어 월스트리트의 주식이나 채권거래, 기업 인수합병 중개 등의 실적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한참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IQ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올해 기업공개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줄었고 채권발행은 25%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월스트리트 주요 사업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5% 감소, 작년 560억 달러에서 올해 42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월가 금융기관들의 실적은 3분기가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10월에나 공개될 전망이지만 지난 여름 거래실적은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7월 주식거래량은 작년 7월 대비 11% 줄었으며 8월 거래량은 거의 30%나 감소했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여름이 지나면 거래가 회복될 것으로 믿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거래부진이 많은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실적 부진은 전반적인 경제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경제는 지난 봄에 살짝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가 정부 주도의 부양책 약발이 다하면서 다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기관 실적이 안 좋아지면서 기업들의 대출시장도 빡빡해졌다. 우량 기업들조차 좋은 실적을 내기 힘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금융기관들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골드만 삭스와 같은 대형 기관들조차 예상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FBR 펀드 어드바이저의 데이비드 엘리슨은 “이는 마치 마라톤 경주와 같아서 5마일이나 뒤쳐져 있으면 마지막 10분 내에 따라잡기가 힘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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