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대부분의 한인은행이 증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증자 성격은 종전과 달라지고 있다. 금융위기 발발이후 미국내 타 은행과 마찬가지로 한인은행도 앞다퉈 증자에 나서고 있다. 이미 한인은행 중에서는 나라은행이 지난해 10월 8천2백만달러를 증자했고, 중앙은행이 지난해 말 두차례에 걸쳐 8600만달러의 자본 확충을 이뤄냈다. 올들어서는 새한은행이 지난 3월 6000만달러의 투자유치를 극적으로 이끌어냈다. 7월에는 한미은행이 1억500만달러 증자에 성공했다. 현재 태평양은행과 FS제일은행 등이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한인은행의 증자 목적은 1년 사이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지난해 나라와 중앙의 증자는 금융위기 속에서 파산하는 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의도에서의 증자로 볼 수 있다. 나라는 아직 은행인수를 하지 않았지만 늘 기회가 있으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며 중앙은 올해 한인은행으로는 두번째로 파산한 아이비은행을 인수했다. 올들어 증자성공을 이뤄낸 새한과 한미의 경우는 생존을 위한 증자로 볼 수 있다. 특히 새한의 경우 막판까지도 회생여부가 불확실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한국에서 투자를 이끌어내고 한인 개미투자자들이 힘을 발휘하면서 증자에 성공했다. 한미의 증자성공도 한인커뮤니티 투자시장의 파워를 보여준 좋은 예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증자에 성공한 한인은행들의 목적이 인수와 생존이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은행들의 목적은 영업 정상화 및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한 실탄확보차원의 증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인은행 중 가장 활발하게 증자 추진 중인 태평양은행과 FS제일은행인데 두 은행 모두 새롭게 여성행장을 맞이한 가운데 조만간 증자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태평양은 주류를 대상으로 3000만달러를 목표를 두고 있으며 10월 중순 경이면 증자 마무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태평양의 조혜영 행장은 “증자가 성공하면 보다 자산건전성 확보나 영어부분에서 과감한 전략을 펼칠 생각이다”고 말해 은행의 도약을 위한 증자임을 강조했다. FS제일은 현재 매달 200~300만달러가 유입이 되고 있으며 1600만달러가 채워지면 증자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은행의 브라이언 이사장도 지난 8월 주총을 마친 뒤 “FS제일은행의 증자는 자본금이 부족해서나 특별한 이슈가 있어서가 아니며 새로운 진영이 구축된 만큼 이들이 영업력을 키우고 은행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자금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 은행들이 증자 추진하고 있지만 앞서 증자에 성공한 은행들이 커뮤니티내 자본시장에서 적지 않은 돈을 끌어들여 그만큼 자본여력이 줄었기 때문에 마무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은행가의 전언이다. 태평양은행이 투자자 확보를 주류쪽으로 발빠르게 선회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이들의 증자 목적이 파산을 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증자는 무난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성제환 기자 |